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관료 즉 고위 직업공무원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 야당이 아닌 ‘관당’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오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한 ‘부동산 투기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 등 핵심 정책을 관료집단이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직업공무원제에 따라 신분이 보장된 관료는 정치 권력의 교체와 관계없이 영속되며, 외관상으로 위임권력에 복종하는 임명 권력이지만 실질에서는 ‘관피아’, ‘모피아’ 등의 이름으로 위임권력과 또 다른 독자적 권력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중에서 오래전부터 여당 야당이 아닌 ‘관당’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말이 회자되어 온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라며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 주택 공급방안 강구’,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라는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또 “누군가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관료를 비판하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집권 여당의 개혁 과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임권력을 존중하는 관료, 즉 고위 직업공무원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라며 글을 마쳤다.
이 지사는 그간 관료 집단을 비판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주로 경제부처 관료들이 대상이었다. 지난해 10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두고 “시기상조”라고 했을 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