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는 일론 머스크처럼… 탐난다, ‘무일푼’ 테슬라 광고

입력 2021-05-10 17:1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8일(현지시간)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처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이른바 ‘무일푼’ 광고 방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머스크가 주말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하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중간 광고에 자사 전기차 영상을 집중적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프닝을 두고 테슬라의 차별화한 광고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라고 해석한다. 미디어 광고에 연 3~4조원 가량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는 완성체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머스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 출연 등 개인 활동에 자사 홍보를 사실상 모두 맡긴 상태다.


미국 종합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머스크가 SNL 게스트로 출연한 8일(이하 현지시간) 첫 에피소드가 진행되던 30분간 무려 4개의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광고가 나왔다. 미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를 시작으로 포드의 전기차 SUV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 볼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XC-90 영상이 차례로 재생됐다.

USA투데이는 한 업체 대표가 예능에 출연했을 뿐인데도 경쟁사가 잇달아 광고에 매달리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항상 높다는 이유로 미디어 광고를 거듭 거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스크에 열광하는 전기차 고객의 관심을 빼앗아오기 위해 다른 업체들은 중간 광고에 온갖 예산을 들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가 SNL에서 언급한 경쟁사는 단 1곳에 불과했다. 그조차 “내가 토요타 프리우스를 운전하는 것처럼 충격적인 말”이라는 비유적 농담이었다.

블룸버그 역시 테슬라의 저예산 광고 영업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논평에서 “테슬라는 2019년에 자사 홍보에 2700만 달러(300억원) 밖에 쓰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미디어에 돈을 아예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GM)가 30억 달러(3조3000억원) 이상을 광고에 지급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코미디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나섰다. 사진은 일론 머스크가 한 간담회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머스크의 트위터나 레딧, 클럽하우스 등 SNS만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굳이 테슬라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주여행, 생명과학, 암호화폐 등의 이슈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수많은 언론사와 미디어가 저절로 테슬라 브랜드를 대중에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9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자사 로켓으로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해주는 대가로 암호화폐 도지코인을 받는다고 밝혀 또다시 주목받았다.

미 시장조사업체 ‘브랜드헬스구루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완성차 업계의 SNS 점유율은 테슬라가 포르쉐, 아우디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신생 업체 테슬라의 빠른 점유율 상승세에 주목할 필요 있다고도 첨언했다.

테슬라 모델3의 모습. 테슬라 제공

이 덕분에 테슬라는 업계 최저 광고 예산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차량 1대당 들어가는 광고비는 제네시스 2057달러(229만원), 포드 링컨 1911달러(212만원), 제너럴 모터스의 캐딜락 1418달러(157만원), BMW 203달러(22만원)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테슬라는 공식적으로 광고 비용이 미미할 정도로 적다고 이 업체는 밝혔다. 블룸버그 역시 테슬라의 지난해 광고비가 ‘제로(0)’에 가깝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머스크의 ‘개인기’에 과의존한 광고 전략인 만큼 뒤따르는 위험도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실적 공개 당시 머스크의 암호화폐 투기성 발언으로 윤리 경영에 의문점을 더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 인도 기일이 늦어지거나 AS 응답률이 낮은 부분도 테슬라가 유독 고객 응대나 홍보 전담 부서 등 광고 비용에 투자하지 않은 데서 오는 문제점”이라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