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주자로 꼽히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10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불붙고 있다. ‘양강’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도 막판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초선 당대표론’을 앞세운 김웅 의원과 당 중진 의원들도 출마선언 시기를 조율하는 등 현재 10여명 안팎의 주자들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차기 당대표는 ‘영남당’ ‘꼰대당’으로 대표되는 당의 혁신과 외연 확장에서부터 정권 교체를 가능케 할 리더십을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관건은 6월 둘째주쯤 열릴 전당대회까지 누가 자신의 약점을 조기에 극복해내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 전 원내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정치하는 동안 지역이나 특정 계파, 이념에 치우지지 않았다”며 “내년 대선까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경험 있는 유능한 선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더 혁신적이고 당을 통합하고 대선 준비를 잘 할 수 있을지를 토론해야 한다. 출신 지역을 얘기하는 것은 분열주의”라고 못 박았다.
주 전 원내대표는 영남 출신이 다수인 당원 분포상 당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남당’ 논란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게 급선무다. 울산 출신의 김기현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대표까지 영남권이 독식할 경우 당 쇄신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논리다. 영남 당대표 비토론은 4·7 보궐선거 압승 이후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비영남 당권 주자들도 당의 외연확장과 지역 안배를 주장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무대에 오를 경우 주 전 원내대표와 치열한 접전을 펼칠 대항마로 거론된다. 하지만 21대 총선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도 패하면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당원 지지뿐 아니라 여론조사에서도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여론조사기관 PNR이 머니투데이 더300과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8일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8.5%를 얻어 주 전 원내대표(11.9%)를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초선 당대표론’으로 주목받는 김웅 의원은 당내 기반과 경험 부족에 대한 의구심을 극복해야 한다. 소속 의원 101명 중 56명이 초선 의원이지만 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김 의원의 우군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 요소다. 현재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문표 조해진 윤영석 의원과 11일 출마선언 예정인 조경태 의원은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선결 과제로 꼽힌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며 전당대회 준비체제에 돌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