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자신이 발탁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차기 대선주자’라는 이유를 들어 언급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검찰은 청와대를 겁내지 않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 때만 해도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윤 전 총장이 3월 초 정부를 정면 비판하면서 사표를 던진 이후 양쪽 관계나 문 대통령 인식도 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 후임으로 선택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는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저는 잘 납득이 안 간다. 과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한 김 후보자 이력을 놓고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문 대통령이 직접 방어막을 쳐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누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나라는 관점에서 발탁하는 것이지, 인간적인 친소관계나 정치적 성향은 전혀 가리지 않는다”며 “특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바뀌었을 때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것은 인재를 크게 낭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원전 수사 등 여러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별로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겨냥하고 있다. 원전 수사를 콕 짚어 거론한 것은 이 수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도대체 무슨 권위주의 시대의 언어인가”라며 “공정한 수사 지시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다시 밝힌 것이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오해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한 축으로 검찰개혁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수십 년 동안 추진돼 왔던 (검찰개혁) 과제들에 대해 우리 정부하에서 드디어 아주 중대한 개혁을 이뤄냈다”면서도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중요한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켜 나가면서 더 완전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회에 접수한 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에서도 “검찰총장으로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