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로 갈아타세요” 제주 보이스피싱 피해 급증

입력 2021-05-10 15:58

“기존 대출, 저금리로 갈아타세요. 코로나19로 정부 지원이 늘었어요.”

제주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며 금융기관을 사칭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제주에서는 총 2226건(295억34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304건이던 피해 발생 건수는 지난해 474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 액은 24억9300만원에서 85억3500만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보이스피싱 발생 유형을 보면 총 2226건 가운데 대출사기형이 1927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기관사칭형은 13%였다.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은 2016년 245건에서 지난해 406건, 올 들어 1~4월에만 176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발생 빈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편취하거나, 대환대출을 유도한 뒤 기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대환대출이 기존 대출계약 위반이라며 즉시 대출금을 상환해야 고발 당하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악성코드가 포함된 인터넷 상의 파일 주소(URL)을 클릭하면 피해자가 시중 은행이나 금융감독원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보이스피싱 일당들에게 연결된다. 수신번호 표시도 조작돼 피해자들이 자신이 범죄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실제 지난 달 15일 제주에서는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대면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6600만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6일에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6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7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건네받은 일당이 제주시 연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더 낮은 이율로 추가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돈을 요구하는 것은 100% 사기”라며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