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노동자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체 특별감독해야”

입력 2021-05-10 14:53
지난 8일 40대 노동자가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가열로 설비. 전국금속노조 제공

지난 8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전국금속노조가 해당 공장 전체에 대한 특별감독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제철 사업주를 즉각 구속하고, 당진공장 내 동일·유사 설비에 즉각 작업중지를 명령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공장 노동자 A씨(44)는 지난 8일 오후 10시 50분쯤 1열연공장 가열로 설비 옆에서 쓰러진 채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금속노조는 “사고 당일 같은 조에서 근무하던 동료 노동자가 설비를 점검하던 중, 1열연공장 가열로 3호기의 대형 슬라브를 이송시키는 워킹빔에서 ‘틱 틱’ 하는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점검하던 A씨는 움직이던 워킹빔과 바닥에 고정돼 있는 고정빔 사이에 머리가 협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킹빔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작동했고, 워킹빔이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빔 사이에 끼어 있던 재해자가 바닥에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노조는 해당 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협착 위험이 상시 있음에도 설비 주변에는 노동자들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호울이나 설비와의 접촉을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며 “작업자 신체를 인지하거나 충격이 있을 경우 설비 작동을 중단시키는 센서도 없었다. 현대제철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노동자들이 수차례 가열로 하부 작업공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대제철 사업주는 방호울 하나 설치하지 않은 채 위험을 방치했다”며 “생산과 이윤에만 눈이 멀어 뻔히 보이는 위험을 방치하고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를 무시한 현대제철이 또 한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의 사망을 규탄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제공

사고가 발생한 3호기와 비슷한 종류의 설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이들은 “사고 발생 이후 비슷한 설비를 확인한 결과 3호기와 동일하게 방호울과 센서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출입금지 조치가 되지 않았다”며 “현대제철이 얼마나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해왔는지, 뻔히 예측되는 위험요인을 방치해 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을 중지시키고, 철저한 점검과 개선대책 수립을 지도해야 할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천안지청은 중대재해 발생작업과 동일한 작업이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시설이 미비하거나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동일한 작업까지 작업중지를 명령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동일·유사 설비에 대한 작업중지를 즉각 명령하고 철저한 안전점검과 근본 안전대책 수립을 지도하라”며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더 이상 현대제철 노동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덧붙였다.

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