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유희열의 사적인 이야기, ‘밤을 걷는 밤’

입력 2021-05-10 14:45

밤이 되면 나는 저 팻말 주위를 한참 서성이며 어머니를 기다리곤 했다.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목을 길게 빼고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찾았다.
마중 나온 나를 발견하면 어머니는 나보다 더 환히 웃으셨고,
그 웃음이 온 우주를 밝혔다.
- <밤을 걷는 밤> 중에서 -

감성뮤지션 유희열은 오랜 음악활동과 방송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스타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사적인 이야기는 자세히 공개된 적이 없었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은 뮤지션 유희열이 아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유희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참 많다.


‘밤을 걷는 밤’(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동명의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을 재구성한 에세이로, 4개월간 대본도 조명도 없이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담은 일상의 풍경을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책으로 담아냈다.

유희열은 산책을 하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도 했으며 어머니와 음악 하는 동료들과의 일화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기도 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왠지 좀 서글퍼진다.
맹꽁이 서당에 다니는 말썽꾸러기 학동들은
내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여전히 주름 하나 없고,
어쩌면 이젠 고인돌 아저씨도 나보다 어릴지 모른다.
이 계단을 다 내려가 저 모퉁이까지 돌아 나가면
그리운 유년기를 영영 뒤로한 채
청년기, 장년기……로 훌쩍 들어설 것만 같다.
- <밤을 걷는 밤> 중에서 -

‘밤을 걷는 밤’은 유희열의 말대로 산책을 닮은 에세이다. 유희열의 시각을 따라 글을 읽다보면 그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또한,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조차 제대로 갈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유희열이 추천하는 서울 밤 산책 코스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한다.

디지털뉴스센터 이지현 el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