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택과 함께 뒤바뀐 첼시와 PSG의 운명

입력 2021-05-10 14:24
티모 베르너를 격려하는 토마스 투헬(오른쪽) 감독의 모습. AP연합뉴스

토마스 투헬(48·독일) 감독을 경질한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PSG)과 영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운명이 시즌 말미에 극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투헬 감독의 첼시는 9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5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첼시는 리그 3위(승점 64)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첼시는 지난 1월만 해도 리그 9위까지 처져 있었다. 불안한 수비는 물론, 티모 베르너나 카이 하베르츠 등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들이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팀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삐걱대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태였다.

투헬 감독은 부임 후 팀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이전 소속팀들과는 달리 구단 수뇌부의 지지를 든든히 받은 것으로 알려진 투헬 감독은 유연한 전술 운용으로 베르너-하베르츠 등 영입생들과 기존 선수들 간 조화를 이뤄냈고, 구체적인 작전 지시로 탄탄한 공·수 조직력을 일궈냈다.

결과가 뒤따랐다. 투헬 체제에서 17승 6무 2패의 호성적을 거둔 첼시의 리그 성적은 9위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3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결승에 오른 상태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현재 EPL 1위(승점 80)를 질주 중인 맨시티를, FA컵 결승에선 4위(승점 63) 레스터 시티를 만난다. 맨시티의 최근 기세는 좋지만, 투헬 감독이 부임 후 2번(FA컵·리그)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이끌었기에 첼시가 9년 만에 통산 2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레스터까지 잡을 경우 투헬 감독은 부임 첫 해 ‘더블 우승’을 이루게 된다.

아쉬워하는 PSG 네이마르(왼쪽)의 모습. AFP연합뉴스

반면 투헬 감독을 내친 PSG는 현재 리그앙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무관에 그칠 위기다. PSG는 올 초 지난 시즌 팀의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투헬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선수들과의 갈등이 경질의 이유로 꼽혔다.

PSG는 이후 토트넘 홋스퍼 지휘봉을 내려놓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영입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PSG는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격침시켰지만, 4강에서 맨시티에 2패해 탈락했다.

최근 10년 간 7번을 차지한 리그 타이틀도 놓칠 위기다. 10일 선두 스타드 렌(승점 79)과 맞붙은 2위 PSG(승점 76)는 우승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지만,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무승부에 그쳤다. 단 2경기만 남겨둔 상황, 자력으로 리그 4연패를 결정짓는 건 힘들어졌다.

토트넘에서 팀을 잘 조련하고도 우승 문턱에서 매번 좌절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PSG에 입성한 뒤 프랑스 슈퍼컵에서 자신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PSG에서 그 정도는 부족하다. 리그는 물론이고 마지막 남은 쿠프 드 프랑스에서도 토트넘에서 처럼 준우승에 그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감독 교체라는 한 수가 결국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놓을지, 첼시-PSG 두 팀의 막바지 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