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락스로 나를 죽이려 한다…’ 녹음한 남편 무죄

입력 2021-05-10 11:37 수정 2021-05-10 13:36
국민DB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내용을 몰래 본 40대에 대해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다. 아내가 락스로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녹음기, 카메라 등을 설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규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47)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0일 밝혔다.

원고의 남편인 A씨는 2014년 9월 대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인 B씨(46)의 외도를 의심하고 부인이 잠이 든 사이 원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입력해 친구 C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본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부인과 C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에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등의 내용을 비롯해 추석에 카카오톡을 해도 되는지 묻거나 만남을 약속하는 내용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집에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의 통화 등을 녹음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위장 통을 느꼈고 지난해 1월에는 건강검진을 받아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에 자신의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이에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의심이 들어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녹음기에는 화장실에서 부인이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진짜 마음 같아선’ 등의 말을 하는 것이 녹음 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4월 수집한 자료들 증거로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청구를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씨 아내에 대해 주거지 즉시 퇴거,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 금지 임시 보호 명령을 내렸다. A씨는 검찰에 부인을 살인미수로 고소한 상태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우발적이고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으며 범행 이후 5년이 넘도록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유지했다”며 선고 유예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녹음기와 카메라 설치에 관해서는 “녹음 범위를 증거 수집으로 제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범행에 관한 증거 확보와 자신의 신체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