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밤학대’ 맘카페 글 이후 목숨 끊은 어린이집 원장

입력 2021-05-10 11:20 수정 2021-05-10 13:16
국민DB

40대 어린이집 원장 A씨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알려지면서 원장의 아동학대 의혹을 신고했던 맘카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경찰과 동탄신도시 주민 등에 따르면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 동탄 지역 최대 온라인 카페인 ‘동탄맘들 모여라’(회원 수 27만9500여명)에 ‘어린이집 학대 신고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보름 정도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켰던 학부모 B씨로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관한 내용이었다.

게시글에는 ‘아이 몸에 손톱 긁힌 자국이 생긴 채 하원했다’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는 말을 한다’ ‘상황이 의심스러워 어린이집 CCTV를 봤는데, 원장이 넘어지는 아이를 방치하고, 선반 위에 오르는 아이의 발과 다리에 딱밤을 때렸다’ 등 A씨의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5000여명이 글을 읽었고 댓글 수십개가 순식간에 달렸다고 한다.

B씨는 글을 올리기 전 어린이집에서 CCTV를 확인하고, A씨를 아동학대 의혹으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다른 학부모들의 SNS를 찾아내 ‘학대 의심 사례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어린이집 교사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은 원장이 딱밤을 때린 아이는 B씨의 자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A씨의 지인은 뉴스1에 “아이가 자꾸 위험한 곳에 오르려 하니까 제지하려 발을 톡톡 두드리며 경각심을 준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학대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영상 속 선반에 오르던 아이의 부모는 당시 원장의 행위를 학대로 생각하지 않았고, A씨를 위해 탄원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작성한 탄원서에는 “원장이 그동안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것을 봤을 때 아동학대를 할 사람이 아니다” “원장을 100% 믿는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유족 측은 “고소 내용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B씨의 아동학대 의심 발언과 맘카페 댓글 등에 큰 상처를 받았고, 주변인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오전 A씨는 B씨를 찾아가 카페에 올린 글을 내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욕감만 느낀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B씨는 맘카페에 올린 글을 삭제한 후 카페를 탈퇴했다. 고인의 동료 어린이집 원장들은 “경찰에 고소했던 아이 엄마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40분쯤 화성시 한 저수지 주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인은 어버이날이던 8일 진행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