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40대 초선 김웅 의원과 무소속 홍준표(67) 의원이 SNS를 통해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이 “억지로 일찍 핀 꽃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며 시기상조론을 거론하자, 김 의원이 “시들지 않는 조화에는 먼지만 쌓인다”며 응수에 나섰다.
홍 의원은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무가내로 나이만 앞세워 정계 입문 1년밖에 안 되는 분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라며 “출마 명분을 보니 어떤 초선의원은 정치 선배들을 험담이나 하고 외부인사들에 기대어 한번 떠보려고 하고 있는 것을 과연 당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홍 의원은 글에서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초선 의원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 의원의 행보를 겨냥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해 조언을 구한 바 있다.
홍 의원은 “온실 속에서 때가 아닌데도 억지로 핀 꽃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며 “좀 더 공부하고 내공을 쌓고 자기의 실력으로 포지티브하게 정치를 해야 나라의 재목으로 클 수 있다.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40대 당 대표가 다수 배출됐던 영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언급했다. “영국·유럽에서는 16세에 정당에 가입해 정치 활동을 시작, 40대 초반에 이미 다선, 중진의원이 된다”며 실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김 의원을 공개 비난하고 나선 것은 김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복당 문제와 관련 “당원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 의원의 이 같은 글에 김 의원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김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든 꽃잎에는 열매가 맺히지만 시들지 않는 조화에는 오직 먼지만 쌓인다”고 응수했다. 자신이 일찍 핀 꽃이라면 홍 의원을 생명이 없는 조화에 빗댄 것이다.
김 의원은 “꽃은 시들기 위해 피는 것이고, 찰나의 미학이 없는 정치는 조화와 같다”면서 “저는 매화처럼 살겠다. (홍준표) 의원님은 시들지 않는 조화로 사시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좀 더 공부하고 내공을 쌓으라’는 홍 의원 지적과 관련해서는 “충고 감사하다”면서 “그 말은 나이 어린 기자나 힘없는 노동자에게 ‘그걸 왜 물어, 그러다가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듣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홍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11년 한 여기자가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이 전당대회에 흘러간 의혹이 있다고 질문하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이” 등의 막말로 응대했던 사례를 들어, ‘역 훈계’를 한 셈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