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중앙지검장, 사활 건 수사심의위 직접 출석할까

입력 2021-05-09 17:39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일 개최된다. 수사팀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가운데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 측도 향후 행보에 명분을 쌓기 위해 심의위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심의위 권고와 무관하게 이 지검장이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일 오후 2시 열리는 심의위에는 사건 수사팀과 이 지검장 측이 출석해 각각 30분 이내에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게 된다. 심의위원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 지검장이 변호인과 함께 직접 심의위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한 검찰 간부는 “현직 중앙지검장이 심의위에 출석해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느냐”며 “굳이 직접 출석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변수를 만들기 위해 심의위에 출석하는 등 ‘올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원지검에서는 사건 주임검사인 이정섭 부장검사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현재 대검찰청과 수사팀은 이 지검장 기소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수사팀이 심의위 권고와 무관하게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4일 “김학의 전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 않고 총장으로 취임하면 회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 후보자 취임 전에 이 지검장을 기소해 신임 총장의 부담을 덜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심의위에서 기소 권고가 우세할 경우 이 지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심의위에서 기소 권고가 우세하다면 그 자체만으로 검사장 직무 수행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만 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가 우세할 경우 이 지검장 직무 유지의 명분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후보자에서 제외된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례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도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한 검사장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공모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직무배제된 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상태다. 만약 이 지검장이 기소된 상태에서 일선청 검사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면 ‘직무배제 기준이 사안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지검장은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안양지청이 당시 출국금지 과정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찰청에 보냈지만 외압으로 인해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지검장 측은 “당시 반부패부는 적법하게 수사를 지휘했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