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7만명’ 머나먼 백신 접종의 꿈… 현실은 하루 4만

입력 2021-05-09 17:03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보릿고개’에 상반기 1300만명 접종이라는 정부의 목표도 위협을 받고 있다. 50여일간 매일 17만명 이상 1차 접종을 해야 하지만 최근 평일 하루 접종자는 4만명 안팎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통상 높은 동참 의향을 보이는 고령층 위주로 접종이 예정된 만큼 물량 수급이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9일 0시를 기준으로 국내 백신 1차 접종자가 전일 대비 1만1931명 늘어 누적 367만4682명이라고 밝혔다.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7.2%로 전날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접종 속도는 지난달보다 크게 늦춰졌다. 평일이었던 지난 7일에는 하루 3만8982명이 신규로 1차 접종을 받았다.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 6일에도 4만1965명만 1차로 접종을 받았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할 때 4분의 1 미만으로 감소했다.

6월말까지 1300만명을 1차로 접종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이날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17만5949명을 맞혀야 달성할 수 있다. 휴일 접종량 감소, 2차 접종자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물량 수급 문제는 이달 중하순에야 풀리기 시작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61만5000명분(723만회분)이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차례로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남은 상반기 접종 일정이 고령층에 몰려 상대적으로 백신 수용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6일 사전 예약을 시작한 만 70~74세 어르신 212만9833명의 예약률은 이날 기준으로 26.1%가 됐다. 다음달 3일까지 예약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오를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량 수급을 최대의 관건으로 꼽았다. 전국 276개 예방접종센터에 더해 이달 말부턴 위탁의료기관도 1만2750곳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접종 역량은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소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상자들의) 접종 동의율 문제는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희귀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싸고 유럽에서 현재 진행형인 논란은 국내 접종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독일은 만 60세 미만에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히지 않기로 한 기존 결정을 뒤집은 반면, 영국은 접종 제한 연령을 만 30세 미만에서 만 40세 미만으로 오히려 확대했다. 정 교수는 “영국은 자국에서의 (부작용) 발생률 증가, 독일은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이유로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국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10일부터는 만 65~69세 어르신의 사전 예약을 받는다. 만 60~64세의 예약도 오는 13일부터 접수한다. 모바일, 온라인뿐 아니라 전화로도 가능하며 자녀들이 부모님의 예약을 대신 해줄 수도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