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배기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영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공분이 일고, ‘정인이법’으로 이어졌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한 아동학대가 또 발생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9일 30대 남성 A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전날 오후 6시쯤 입양한 B양(2)을 데리고 경기도 화성 자택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도착 당시 B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B양의 상태가 심각하다 판단해 인천 지역 소재 대형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의료진은 또 B양의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에 도착한 B양은 뇌출혈 증세를 보였고, 얼굴과 목 등 신체 곳곳에 멍 자국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의료진으로부터 상황을 설명 듣고 B양이 학대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판단해 9일 밤 12시9분쯤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 면담 과정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뺨을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 경기 지역의 한 입양기관에서 B양을 입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B양과 관련한 다른 학대 관련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대 행위가 추가로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현장에 있던 부인 C씨를 상대로도 학대에 가담 혹은 방임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B양은 현재 수술을 한 차례 받은 뒤 중환자실에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이 ‘제2의 정인이 사건’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은 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정인양이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망한 사건이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전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지난 2월 정인이법이 통과됐다.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법 통과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유사한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아이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갔음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며 “정인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건 여전히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오는 14일 정인양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아내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부에 대한 선고도 함께 내려진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