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구하다 장애 얻은 20대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입력 2021-05-09 11:20 수정 2021-05-09 12:39
권현우(28)씨가 지난 4월 회사 주차장에서 차에 깔릴 뻔한 고객을 구하는 모습. YTN 방송화면 캡처

“고객이 후진하는 차를 막다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차량에 깔릴 뻔한 고객을 구하다가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된 권현우(28)씨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날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농협중앙회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권씨는 지난 4월 회사 주차장에서 차에 깔릴 뻔한 고객을 구했다. 목숨을 걸고 뛰어든 권씨 덕분에 차주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하지만 권씨는 바퀴에 손이 끼이면서 손목 신경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졌다. 그는 32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고, 의료진에게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사고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사고 현장이 찍힌 CCTV 등에 따르면 아무도 타지 않은 SUV 차량이 갑자기 후진하기 시작한다. 놀란 차주가 급하게 차 뒤에서 밀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10m가량 밀린 차주는 결국 넘어졌고, 차량에 깔릴 위기에 처했다.

이때 권씨가 달려와 극적으로 차주를 밀쳐냈다. 권씨는 업무차 현관을 나서던 길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주저 없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YTN 방송화면 캡처

권씨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차주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하지만 권씨는 손목이 크게 다쳐 평생 장애를 갖게 됐다.

권씨는 9일 YTN을 통해 그때의 일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그 상황이 되더라도 아마 똑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저로 인해서 그분이 안 다치지 않았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권씨에게 3개월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 또 신속하게 산업재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권씨의 정규직 전환에 가산점을 주기 위해 내부 상 수여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유급 휴가 기간을 계약 기간 2년에 포함하지 않도록 본사에 요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꼭 정규직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 “정말 멋진 청년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권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