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노트] 바다를 지키는 선크림, 어떻게 고르죠?

입력 2021-05-08 06:00
화장품 브랜드 아벤느가 진행 중인 해양생태계 보호 캠페인 이미지. 아벤느는 비수용성 형태의 자외선 차단 필터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성분 배합을 사용하고 있다.

선크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산호초를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바다에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선크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리프 세이프(Reef-Safe)’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기준은 없어 소비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바다와 사람을 지키는 선크림,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바다에 치명적, 이 성분만 피하자
자료 이미지=픽사베이

우선 대표적인 해양유해성분으로 꼽히는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를 주의해야 한다. 벤조페논-3(benzophenone-3)이나 옥틸 메톡신시나메이트(octyl methoxycinnamate)로 표기되기도 한다.

이 성분들이 바다에 녹아들어 가면 산호초에 심각한 백화현상(산호초가 흰색으로 표백되는 현상)을 일으키고, 물고기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 현재 하와이 외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네덜란드 보네르섬, 멕시코 해양보호구역에서 이 물질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의 반입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는 이보다 더 엄격하게 화학물질 10종을 포함한 선크림의 수입·판매를 금지했다. 하와이주 상원도 2023년부터 아보벤존(avobenzone)과 옥토크릴렌(octocrylene)이 들어간 선크림의 판매와 배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가 통과시킨 상태다.

성분 확인 어렵다면 일단 ‘논나노 무기자차’
자료 이미지=언스플래시

선크림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원리에 따라서 ‘유기자차’와 ‘무기자차’로 나뉜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들어간 제품이 바로 유기자차 선크림이다. 화장품에 들어간 전성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우선 무기자차 선크림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유기자차는 화학적 성분을 이용해 자외선을 흡수하고 이를 다시 열에너지 형태로 내보낸다. 무기자차는 광물성 물질을 이용해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만들어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반사하는 방식이다. 무기자차는 유기자차와 달리 백탁 현상이 있지만, 바르는 즉시 자외선 차단 효과가 일어나고 민감한 피부에도 자극이 적다.

선크림 입자 크기가 100nm(나노미터)보다 큰 논나노(Non-Nano)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노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로 아주 작아서 피부나 산호에 흡수될 수 있다. 스프레이형 제품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많은 양이 피부 밖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로션이나 스틱 제형을 쓰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산호초 44%가 백화현상
산호초에 유해한 성분이 없음을 나타내는 다양한 '리프 세이프' 마크.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보존제, 방부제 기능으로 다양한 화장품에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법’에 따라 옥시벤존 함량을 5% 이하로 제한하고 있을 뿐 환경보호를 위한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이 성분이 바다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무기자차 선크림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생활환경국장은 7일 “정부 부처끼리 다른 말을 하는 것”이라며 “식약처에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를 사용한 선크림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와 인체 사용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호초 백화현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체이싱 코랄' 캡처

산호는 식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동물이다. 촉수를 가진 아주 작은 동물 개체(폴립)가 모여있는 형태다. 해양 생물의 약 25%가 평생 산호초에 의존하고, 산호초를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물고기 종류도 1500종에 이른다. 제주, 동해안, 남해안 산호초의 약 44%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성분 사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여름 마음 편히 바다를 즐기기 위해 내가 쓰는 선크림을 딱 한 번만 체크해보자. 전성분이 적힌 상자를 버렸다면 브랜드 홈페이지나 ‘화해’ 같은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에서 성분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시선.net’ 사이트를 통해 조만간 환경을 생각한 착한 선크림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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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