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웅 의원을 공개적으로 만나면서 힘을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이 당권 주자를 공개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다. 국민의힘을 겨냥해 ‘독설’을 쏟아내 온 김 전 위원장이 ‘초선 당대표론’을 지속적으로 띄우고 있는 모양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찾아 40여분간 만남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누군가의 계파 꼬붕(수하)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자기만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넘 얌전했다. 세게 붙어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왜 내가 꼭 당 대표 돼야 하느냐 하는 부분에 강하게 주장하라”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이 김 의원과의 만남을 통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초선 당대표론’을 긍정해온 김 전 위원장이 더 명시적으로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또 다른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직을 놓고) 작당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재임할 때도 중진 의원들과는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나오는 ‘영남 홀대론’에 대해서는 “구태 정치”라며 “아무도 영남을 홀대하지 않는데, 자꾸 홀대론을 거론해서 스스로 영남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이 “윤 전 총장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은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자, 김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꼭 도와주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한다”며 “우리 당의 옛 모습이 다시 나오는 것 같아 (김 전 위원장은) 정이 떨어졌겠지만 경륜과 경험을 우리가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