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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를 하다 보면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안락사 대기실에 가까운 공공 보호소에 비하면 환경은 열악해도 무기한 머물 수 있는 사설 보호소가 낫고, 이보다는 비좁은 원룸이라도 개인 임시보호자(임보자)가 낫지요.
여기 끔찍한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어린 백구가 있습니다. 백구는 보호소에서 10여 일을 지낸 뒤 입양신청이 없으면 안락사를 당할 운명이었습니다. 성격은 물론이고 건강상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낯선 동물을 선뜻 임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죽음의 카운트다운 앞에서 백구에게 기적처럼 한 대학생이 나타났는데요. 이번에는 안락사 위기의 꼬마 백구 찌니가 제보자를 만나 활짝 웃게 된 30일의 임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자격 미달 맞지만…몇 달은 버텨줄게”
대학생 지영(가명)씨가 백구를 알게 된 건 지난 달 초. 인스타그램에서 이른바 인천 서구 개지옥 사건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발견한 겁니다. 사건은 중고등학교와 불과 100여m 떨어진 사육제한구역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 3월 주민 신고로 적발된 현장에서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뒷다리가 훼손된 채 출산을 반복한 암컷들과 어릴 적 채운 목줄이 시커멓게 살을 파고 들어가는 성견이 30여 마리나 발견됐죠.
인천 서구청에는 정규 동물보호소가 없어 구조된 개들은 위탁 동물병원에 수용될 형편이었습니다. 구조된 숫자도 많은데 학대로 인한 부상과 트라우마가 심각해 대규모 안락사를 피하기 어려워 보였죠. 안타까운 상황에 시민 봉사자들은 대대적으로 임보자 모집에 나섭니다.
“구조된 개가 30여 마리나 됩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좁은 방에서 홀로 지내는 자취생에게 임시보호는 큰 부담이었죠. 하지만 동물들의 위태로운 처지를 보며 지영씨는 임시보호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작은 월셋집에서 지영씨와 찌니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어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부족하단 걸 알아요. 그렇지만 저 아이는 당장 갈 곳조차 없잖아요. 단 몇 달 만이라도 저 친구가 좋은 가정에 입양 갈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어요. 학대의 트라우마가 남은 찌니는 사람만 보면 덜덜 떨고, 모두가 잠들 시각에는 외로움에 하울링(허공에 늑대처럼 울부짖어 불안감을 표현하는 행동)을 했거든요.
“하루, 이틀은 아예 켄넬에서 나오지 않았고요. 제가 쳐다보면 등을 돌리고…. 밥이랑 물도 아예 안 먹더라고요. 이러다 쟤 죽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전해진 마음…켄넬 밖으로 나선 꼬마 백구
여기서 포기할 제보자가 아니었죠. 켄넬 앞에서 먹고 자며 백구와 얼굴을 익혔고 밤새 간식과 장난감을 흔들면서 녀석을 달랬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백구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지영씨는 사흘 밤낮으로 백구의 곁을 지켰답니다.
지영씨도 모르는 새 진심은 통하고 있었나 봐요. 3일째 되는 날 마침내 찌니는 스스로 켄넬 밖으로 나왔답니다. 허겁지겁 밀린 사료를 삼키고, 방문객에게 스스로 다가오는 등 사회성도 보여주었죠.
취재진이 지난 4일 임보자를 방문했을 때도 찌니는 친화력을 보여줬습니다. 낯선 이들이 등장하자 처음에는 꼬리를 감추던 찌니는 금세 산책과 간식을 조를 만큼 사회성이 좋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도와줄 점이 있었는데요. 찌니는 집에 홀로 남겨질 때면 하울링을 하더군요. 이는 대표적인 분리불안 증상입니다. 제보자는 “찌니가 길게는 몇 시간씩 울 때도 있어서 이웃 주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분리불안 교육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보호자가 현관문을 오갈 때마다 즐거운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죠. ①보호자가 현관문을 나선다 ②반려견의 하울링이 시작되면 재빨리 돌아간다 ③반려견에게 간식과 놀이로 보상해준다 ④앞선 과정을 반복하면서 ①~②사이에 하울링이 재발하기까지 시간을 10분, 30분, 1시간 등으로 점차 늘립니다.
분리불안 교육은 매일 꾸준히 최소 1개월은 해야 효과가 있어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해결책을 알게 된 덕분에 초보 임보자 지영씨는 자신감을 얻었답니다.
입양처 찾는 그날까지…임보는 계속된다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자취생 지영씨는 이상적인 임시보호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방은 좁고 생활은 쪼들리고 손을 빌려줄 다른 가족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건 물리적 조건보다 마음이겠죠. 결국 닫힌 찌니의 마음을 연 건 지영씨의 진심이었습니다. 지영씨의 도전 덕분에 백구는 학대 트라우마를 딛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 중입니다.
취재진은 지영씨에게 찌니의 임시보호 일기를 작성해 SNS에 공유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찌니의 변화 과정, 성격 및 행동상 특징 등을 기록해두면 훗날 입양자 모집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둘의 알콩달콩 성장기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입양의 순간이 궁금하면 인스타그램 jjini_0408 계정을 꼭 팔로우해주세요.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