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교의 홈커밍 행사에서 ‘퀸(여왕)’으로 선발된 18세 소녀가 해킹을 통해 투표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최대 16년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ABC방송은 7일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테이트 고등학교에 다녔던 에밀리 로즈 그로버(18)가 홈커밍 여왕으로 선발되기 위해 학교 전산망을 해킹하고 투표를 조작하는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체포영장에서 에밀리가 지난해 10월 28~30일 진행된 홈커밍 여왕 선발대회에서 투표 수백 건을 조작해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에밀리는 그의 엄마 로라 로즈 캐럴(50)의 휴대전화와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246표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117표가 같은 IP주소에서 발송돼 위치를 추적해본 결과 엄마의 IP주소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영장에 따르면 에밀리의 엄마는 펜서콜라 에스캄비아 카운티에 있는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에밀리는 엄마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계정을 이용해 동급생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했다.
그는 엄마의 계정을 통해 획득한 개인정보를 사용해 동급생 명의로 표를 던질 수 있었으며, 투표 조작 외에도 평소 동급생의 성적, 징계 기록 등 개인정보 열람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밀리는 에스캄비아 카운티 학구에 이메일을 보내 엄마의 계정을 사용했음을 시인하고 선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표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에밀리는 지난해 12월 테이트 고등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고, 엄마 로라 역시 교감으로 재직하던 학교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두 모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며, 오는 14일 기소사실인부절차를 진행한다. 이는 피고인에게 기소 이유를 알려주고 유무죄 답변을 구하는 절차다.
검찰은 에밀리를 성인범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대변인은 “(투표조작)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에는 에밀리는 17살이었지만, 기소 시점에는 에밀리가 18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죄가 인정될 경우 에밀리에게는 최대 징역 16년이 선고될 수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법원에 무죄 청원을 제출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기본적으로 근면한 사람들”이라며 “에밀리의 아빠와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무료로 변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에밀리와 로라는 각각 보석금 6000달러(약 657만원)과 2000달러(약 225만원)을 내고 석방됐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