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들을 세웠다. 33세 65일인 그는 텍사스 사상 최고령으로 데뷔한 선발투수가 됐고,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데뷔전에서 가장 많은 8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이닝에 비해 늘어난 투구 수 같은 경기 운영은 과제로 남았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와 가진 2021시즌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3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텍사스는 3대 1로 승리했지만, 1-1로 맞선 4회말 1사 때 마운드에서 내려온 양현종은 데뷔승을 수확하지 못했다. 비교적 짧게 소화한 이닝 탓에 평균자책점은 2.08에서 2.25로 소폭 상승했다.
양현종은 1988년 3월 1일생으로, 만 33세 65일에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이는 텍사스 선발투수의 최고령 데뷔 기록이다. 양현종은 2014시즌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완주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2016시즌을 마친 뒤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각각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시즌을 끝내고 다시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마이너리거 신분에 따라 연봉을 다르게 책정하는 스플릿 계약으로 지난 2월 텍사스에 입단했다. 택시 스쿼드부터 메이저리그 불펜을 거쳐 입단 3개월도 채 되기 전에 선발로 데뷔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기록은 8탈삼진이다. 종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데뷔전 탈삼진 최다 기록은 박찬호(은퇴)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각각 LA 다저스에서 작성한 5개다. 빠르지 않아도 살아있는 양현종의 구위에 미네소타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4번 타자 카일 갈릭, 5번 미치 가버를 제외한 미네소타 선발 타자 7명을 모두 1차례 이상 삼진으로 잡았다. 6번 타자 호르헤 폴랑코의 경우 연타석으로 삼진으로 물러났다.
양현종은 2회말 1사에서 가버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해 유일하게 실점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침착하게 남은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타자 일순한 4회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많은 삼진을 잡아냈지만 투구 수가 늘어났다. 미네소타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해 무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양현종은 이 상황에도 폴랑코를 삼진으로 잡아 아웃카운트 하나를 줄였다. 이때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마운드로 직접 올라와 투수 교체를 지시하고 불펜 존 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우드워드 감독은 당초 양현종에게 70~75개의 공을 던지게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때까지 66구를 채우고 있었다.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과정에서 수싸움으로 볼카운트를 늘려간 이유가 컸다. 효과적인 경기 운영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양현종의 선발 데뷔전은 미국 현지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양현종의 첫 선발 등판이 짧지만 비범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구단은 트위터에서 ‘스트롱 양(Strong Yang)’이라고 적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양현종의 사진을 올렸다.
우드워드 감독은 한 경기의 수훈 선수에게 카우보이모자를 선사하고 있다. 양현종은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나를 수훈 선수로 추천했다. 귀중한 모자를 받았다”며 카우보이모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큰 무대에서 처음 선발 등판하니 긴장은 했다. 그래도 1회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면서 여유를 찾았다. 공을 던질수록 나만의 공 배합을 사용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양현종은 “감독님이 투구 수 제한을 계획한 사실은 몰랐다. 타자를 두 번째로 만난 뒤부터 출루가 늘어난 건 그들이 내 공을 잘 대처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공 배합을 그대로 사용한 게 출루 허용의 이유”라고 자신의 투구 내용을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