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살해한 볼리비아 부족장 징역 15년

입력 2021-05-06 14:00
볼리비아 원주민 부족장. 로헤르 초케 멘도사 구명운동 관련 페이스북 캡처

볼리비아의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현지 원주민 부족장이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비랄볼리비아 등 현지 매체는 지난달 29일 볼리비아 서부 라파스주 코파카바나 법원이 40대 한국인 여성 A씨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차야(challa)족 족장 로헤르 초케 멘도사(38)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6일 전했다.

A씨는 2018년 1월 11일 티티카카 호수에 있는 ‘태양의 섬’(Isla del Sol)에서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목 등 11군데에서 발견된 자상으로 인한 저혈성 쇼크였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관광지 코파카바나에 머물던 A씨는 태양의 섬을 방문했다가 연락이 끊겼다. 이후 태양의 섬에 사는 차야족의 한 원주민이 A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태양의 섬은 부족 자치권이 강한 지역이어서 2018년 당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 측 요청으로 재수사에 나선 현지 당국은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2019년 5월 멘도사를 용의자로 특정해 구속했다.

라파스주 검찰은 멘도사의 혐의를 충분히 입증했다며 “목격자 여섯 명의 진술과 부검 결과, 현장 감식을 통해 얻은 증거들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멘도사는 사건이 발생한 날 사건 장소에 있던 무리 중 한 명이었으나 경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멘도사는 현재까지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또 태양의 섬 내 관광객 통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 주민들은 멘도사 구명 운동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개설하고 멘도사가 희생양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티티카카 호수는 볼리비아와 페루 사이의 해발 약 4000m 고지대에 있다. 잉카의 태양신이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져 내려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이번 살해 사건 이후 한국 외교부는 원주민들의 보복을 우려해 이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한 뒤 유지하고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