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양육할 때 상황에 따른 규칙, 행동 방식, 대처 방식을 가르쳐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르침이 너무 지나칠 때 아이는 규범에 짓눌려 자유롭지 못하다. 부족했을 때는 기본적인 규범 습득이 안 되어 사회성을 갖추기 어렵게 된다. 이런 규칙과 규범을 어느 정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초등학교 2학년 K는 거짓말을 자주 한다. 너무 터무니없이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이기에 엄마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도 시치미를 뚝 떼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숙제를 하지 않고도 다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탄산음료가 없어졌는데도 먹지 않았다고 우긴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엄마는 이해 할 수가 없다. 거짓말을 하면 ‘절대 안된다’고 수없이 강조하고 말로 가르치고, 때로는 벌을 주기도 했지만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길 원할 때 행동의 결과를 말하며 위협, 협박을 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 보자. ‘그렇게 게임만 하다가 게임 중독자가 되고 거렁뱅이가 될거야, 정신 좀 차리자’ 라는가 ‘숙제도 안하고, 공부를 그리 안해서는 대학도 못가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없게 돼’‘ 음료수를 그리 먹어대다가는 뚱보가 되거나 나중엔 당뇨병에 걸려’라고 말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고쳐보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네 행동의 결과가 이러 이러 할테니 미리 조심해라’라는 식의 말이 가장 쉽게 사용할 만하고 웬지 효과가 있을 것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끔찍한 결말을 알고도 부정적인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지 않겠나?.
하지만 이런 교육 방식의 폐해는 첫째, 아이로 하여금 공포감으로 부정적 행동을 안하게 할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습관을 갖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숙제를 안했을 때는 학교를 아예 안 가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둘째, 그런 부모의 태도에 반감을 가지고 부모와 멀어지고, 반항적으로 가르침을 거부하고, 반대로 행동 할 수도 있다. 너무 엄격하고 규범적인 부모 밑에 반사회성을 성향의 자녀가 많다. 셋째,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보다는 ‘회피 행동’을 배우도록 이끌기도 쉽다. 아이는 ‘거지가 되거나 가난하게 살게 되거나 뚱보가 되는’ 혐오스런 결과는 두려워하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쉽게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K처럼 전형적인 회피행동 중의 하나인 ‘거짓말’로 순간 야단맞는 혐오 자극을 피하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을 늘려고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정적 강화‘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적 강화’ 란 무엇일까? 행동에 따른 결과가 행동의 빈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강화시킨다는 의미이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관심이야 말로 최고의 강화물이다. 그래서 옳은 행동에 대한 칭찬 뿐 아니라, 거짓말과 같은 문제 행동 역시 부모, 친구, 선생님의 부정적 관심이라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늘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의 행동이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눈을 크게 뜨고, 시야를 넓혀서 자녀의 옳은 행동을 발견하여 주의를 기울여, 그 순간을 잘 포착해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또 효과적 강화는 먼저 자녀에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거다. 엄지척, 하이파이브, 등을 토닥이는 등의 따뜻한 신체 접촉도 함께하면 더욱 좋다. 부정적인 욕구나 행동을 참는 거 보다는 새로운 행동을 배워가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고, 행동의 혐오적인 결과를 부모에게 말로 듣는 것 보다는, 행동의 결과가 긍정적인 경험(칭찬, 토닥임 등)으로 체험되었을 때 학습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추운 날 아이가 외투를 입지 않고 나가려 한다면 ‘외투 안입고 나가면 얼어죽을 거야’ 라고 위협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외투를 입고 나가면 훨씬 더 오랜 시간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해보는 게 어때?’ 라고 말해 보자. 아이는 자신에 체험을 통해 ‘추운 날에는 외투를 입어야지’ 라고 깨닫게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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