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했다가 고소를 당했던 김정식(34)씨가 청와대의 고소 취하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김씨는 5일 페이스북에 “어제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철회 지시’에 대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언론으로 접하고 답변을 남긴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김씨는 “국민을 적폐·친일·독재 세력과 독립·민주화 세력으로 양분해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는 듯한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분노해 대통령의 선친께서 일제 시절 친일파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의혹 등에 대한 답을 듣고자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인의 입장에서는 혐오와 조롱으로 느껴지고 심히 모욕적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앞으로 복잡한 근대사를 진영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재단하며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이 촛불시위대 앞에서 직접 했던 발언을 귀감 삼아 혹여 스스로 불태워져야 하는 진영의 수장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썼다.
그는 “논어에 ‘군자의 마음은 평탄하고 너그러우며, 소인의 마음은 항상 근심에 차 있다’는 말이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저의 마음엔 한동안 근심이 깃들었고, 모욕죄 고소를 취하까지 해주시는 너그러운 절대권력자 대통령의 마음은 평탄하였으니 대통령은 군자에 가깝고 저는 소인에 가깝겠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반일감정 조장과 국민 갈라치기를 막고자 했던 개인적 목표는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만 같아 부끄럽고 민망함이 남는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가 모욕죄로 고소당한 뒤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가 뿌린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 등의 문구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일본 잡지를 인용해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경찰은 김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박 대변인은 지난 4일 문 대통령의 고소 취하 지시를 알렸다. 박 대변인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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