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먼저 한 뒤 일본 측이 준비해 놓은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0분간 대화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과거사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놓고는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먼저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및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하지만 양국 간 현안을 놓고는 서로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먼저 정 장관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이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 측에) 필요한 정보 제공을 계속하겠다”면서도 해양 방류 처분 방침을 비판하는 한국 정부 대응에 대해선 우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또 정 장관에게 위안부 소송 문제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한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한 두 장관은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 장관은 앞으로 다양한 현안에 관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모테기 외무상도 이에 완전히 공감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외교 당국 간 첫 고위급 대면이라는 의미가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2월 정 장관 취임 후 의례적으로 하는 통화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이번 회담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