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GM),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가 ‘내우외환’의 봄을 맞았다. 판매 부진에 이은 노조리스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해서다. 임금 교섭 테이블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사가 직장 폐쇄와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내걸고 날선 대립을 이어가기도 한다. 잇따르는 반도체 부족 장기화 전망도 3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한국GM, 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1년 전 대비 28.6%, 25.4%, 35.7%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량만 보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부진이 극심했던 지난해보다도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르노삼성차는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이 격화하면서 진통을 앓고 있다. 전날 이뤄진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에 노조 측은 무기한 총파업 돌입으로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교섭이 1년 가까이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초래된 결과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사측은 대내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노조 쟁의로 인해 본사로부터 ‘미운 털’이 박힐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 수출길을 열기 시작한 뉴 아르카나(XM3) 물량을 제때 생산하지 못하면 향후 신차 배정을 두고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2018년과 2019년 임금 협상 당시에도 노조 파업으로 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79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도 부담이다.
최근 7년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GM 역시 노사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과 통상임금 150%의 성과급,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사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에 생산물량 확보와 신차 배정, 제주·창원 부품물류센터 폐쇄 철회, 부당해고자 복직 등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해 3169억원의 영업 손실이 난 것을 들며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한번 법정관리를 받게 된 쌍용차는 아직 노조리스크가 수면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 수순을 밟으면서 일방적 임금 삭감과 감원에 반대하는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이들 3사가 ‘집안 단속’에 성공하더라도 외부 불확실성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들은 잇달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회복 가능성에 암울한 전망을 덧대고 있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수급난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한 3사로서는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 인피니온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헬무트 가셀은 4일(이하 현지시간) 간담회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되지 못한 자동차가 올 1분기에만 150만대에 이르렀고, 2분기에도 이미 100만대 정도가 생산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현재로서 가장 실제에 가까운 추정치라고도 확신했다. 최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직접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역시 3일 “전 세계 반도체 부족 사태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