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신뢰 회복이 중요” 김오수 후보자의 검찰상

입력 2021-05-05 16:04 수정 2021-05-05 16:08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의 신뢰는 국민으로부터 얻는 것이지만, 검찰 내부 상호 간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주변에 강조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신뢰받는 검찰’은 그가 ‘민생 중심 검찰’이나 ‘공정한 검찰’에 앞서 내세운 검찰상이다. 권력 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생겨난 진영논리가 검찰 내부 구성원끼리의 갈등으로 이어졌던 최근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 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가 ‘신뢰받는 검찰’의 선결 조건으로 ‘내부 신뢰 회복’을 말한 것은 시사적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그간 ‘죄가 되는 사건’의 수사를 윗선이 막거나, ‘되지 않는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토록 하는 일들이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됐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내부 신뢰 회복을 통한 조직 안정을 말하는 것은 결국 일선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사건처리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각을 세우던 시기에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김 후보자였기 때문에, 그의 태도에 어느 정도 반성적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2019년 ‘조국 수사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배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일을 기억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좌천 인사까지 뒤따랐던 당시의 상황을 봉합하는 노력이 없다면 또다시 조직이 삐걱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장으로 내정된 이후 김 후보자의 행보에는 조직을 향한 약간의 배려가 담겼다.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 때문에 기본 업무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주요 인사는 대부분 일선이 아닌 대검 관계자들로 꾸려졌다. 차관 시절 법무부에서 오래 함께 일한 진재선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정도만 청문지원팀장(신상팀장)을 맡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선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목표로 하는 내부 신뢰 회복을 곧 ‘수사와 인사의 정상화’로 해석하고 있다. 조직 안정이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이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만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를 아는 김 후보자는 지난 4일 검찰 내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중심으로 주요 현황을 점검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준비단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협의다. 다가올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여부다. 최근 1년여간 검찰총장의 의견이 인사에 거의 받아들여지지 못한 점은 또 다른 변수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는 결국 인사를 통해 총장의 메시지를 읽을 것”이라면서도 “김 후보자가 향후 인사 협의 과정에서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