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자유’ 원하는 유럽…봉쇄약화 주장 정당 선거 승리

입력 2021-05-05 16:04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왼쪽) 스페인 국민당 마드리드 주지사 후보가 4일(현지시간) 선거 승리 직후 파블로 카사도 국민당 당대표와 손을 잡고 환호하고 있다. 아유소 후보는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며 진보성향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EPA연합뉴스

유럽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봉쇄 약화를 주장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백신 접종자에 한해 야간통행금지와 모임제한을 해제하는 정책들도 발표되고 있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마드리드 주지사 선거에서 보수성향 정당인 국민당(PP)의 이사벨 아유소 후보가 44%의 득표를 얻어 재선이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아유소 후보는 진보성향 후보 3명의 득표율 합보다 3%포인트 많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AP통신은 “2019년 그가 같은 선거에 출마했을 때보다 2배를 더 득표했다”고 평가했다.

아유소 후보는 지난 3월 “연립정부를 구성한 진보성향 시민당이 자신을 몰아내려고 한다”며 지방정부를 해산하고 조기선거를 치렀다. 그는 유세 내내 “스페인과 자유는 동의어”라면서 진보성향의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로나19 봉쇄 대책을 연일 비판했다. 아유소 후보가 이끌던 마드리드 주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와 방역조치와 봉쇄령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스페인 일간 엘 디아스는 “아유소 후보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게를 폐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책을 유권자들이 지지했다”면서 “투표율이 2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은 69%를 기록한 것은 전염병에 시민들이 지쳤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아유소의 ‘봉쇄 완화’ 정책이 당장 실현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마드리드는 지금 스페인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다. 지난 2주 동안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가 343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100명 넘게 많다.

여론의 비판에 방역조치를 완화한 나라도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백신 접종자와 완치자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 독일은 인구 10만명 당 1주일 신규확진자가 100명 이상인 지역에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백신 접종자와 완치자에 한해 이 규정을 지킬 필요가 없게 됐다. 현행 가구원 외 1명만 허용된 사적 모임 역시 이들에 한해 예외가 인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에선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젊은이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기본권을 되찾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면서 “선거를 5개월 앞두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는 선에서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인구의 28.7%가 1차 접종을 했고, 670만명은 접종을 끝냈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독일 경찰노조는 성명을 내고 “백신 접종 인증 스티커가 쉽게 위조돼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공보의협회 대표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방역 조치가)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