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서울역 1.55㎞ 구간이 사람, 문화, 녹지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서울의 대표 보행거리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일대 차로를 줄이고 걷고 싶은 가로숲길을 늘리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을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첫 삽을 뜬 지 9개월 만이다.
세종대로 일대는 기존 9~12차로를 7~9차로로 과감히 줄이고 보행로 폭을 최대 12m까지 확대했다. 차도가 축소된 자리엔 서울광장 면적의 2배가 넘는 보행공간이 생겼다. 또 세종대로 전 구간에 자전거 도로가 신설됐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광화문광장, 덕수궁, 숭례문 등 세종대로의 대표적 명소를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단순히 차로만 축소한 것이 아니라 수목과 꽃으로 가득한 ‘도심 가로숲’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전체를 푸른 숲길로 연결하는 ‘명품보행도시 서울’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공사 후 통행속도는 공사 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완성으로 시민들이 향유하게 될 4가지 즐거운 변화로 △차로 축소 및 보행·녹색교통 공간 확대 △푸른 가로숲 길 조성 △넓어진 보행공간에 다양한 문화·역사 명소 조성 △주변 상권을 아우르는 지역 활성화를 꼽았다.
서울의 관문이지만 차도로 둘러싸여 단절된 교통섬 같았던 숭례문 옆엔 500㎡ 규모의 보행공간이 신설됐다. 시민들은 숭례문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 됐다. 보도 폭이 좁아 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불편했던 북창동은 보도가 기존 4~5m에서 최대 12m로 넓어졌다. 덕수궁 대한문 앞 보도는 최소 6m 이상 넓어져 광장이 기존보다 2배 이상(580㎡→1030㎡) 확대됐다.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선 덕수궁 수문장 의식이 교대 대열 간격을 넓게 띄워 웅장하게 재현된다. 숭례문, 청계광장 등으로 행렬하는 순라의식도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지나도록 확대 운영한다.
넓어진 보행공간엔 도심에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도심 가로숲이 생겼다. 녹색 테마숲과 다층식재 녹지대로 조성됐다. 청계광장, 북창동처럼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엔 이동식·고정식 플랜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숲을 조성했다. 테마숲은 소나무, 느티나무 등 11종 418주를 심어 조성했다. 녹지대는 다양한 높이의 관목 17종 15천주, 초화류 22종 13만본 등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숭례문 인근 교통섬 2곳엔 숭례문과 어울리는 고즈넉한 22주의 소나무를 식재해 ‘송림거리’를 조성했다. 북창동의 경우 보도가 넓어지면서 하나였던 가로수 길이 두 개가 됐다. 가로수 사이를 걸으며 새롭게 조성된 화단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북창동과 숭례문 교통섬에는 숭례문과의 경관을 고려해 아름다운 소나무를 식재해 ‘송림거리’로 조성했다. 하단엔 보행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화단을 조성했다.
서울시청 주변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성한 경관을 선사할 ‘녹색숲’이 생겼다. 도로만 있던 서울시의회 앞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식재돼 여름철 푸르른 녹음을 더한다. 시청역 주변엔 청단풍과 배롱나무가 식재돼 가을철 붉은빛을 선사한다.
대한문 앞, 북창동 등 숲이 우거진 각 장소에는 특색 있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반영한 디자인 벤치 10개를 설치했다. 걷다 지친 시민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종대로에서 한강까지 막힘없는 자전거길이 열리게 되면 도심 전체가 차가 아닌 사람이 편한 공간, 보행과 자전거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람숲길의 완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는 23일까지 걷기 행사인 ‘세종대로 사람숲길, 봄을 걷다’를 개최한다. ‘사람숲길 도보해설관광’ 신규 코스도 개발해 5월부터 시범 운영한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청계광장~덕수궁~숭례문~서울역 2.8㎞를 2시간 30분 동안 걷는 코스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