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린이날을 맞아 자신의 50년 전 국민학교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 지사는 5일 인스타그램에 빛바랜 국민학교 1학년 성적표 사진을 올린 뒤 “믿거나 말거나 50년 전 이재명 어린이는 고집이 세고 성적은 ‘미미’했지만 동무들과 잘 놀며 씩씩했다고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엄청난 결석일수에 대한 한 줄 변명. 학교가 시오리길이라 비 많이 오면 징검다리 넘친다고, 눈 많이 오면 미끄럽다고, 덥다고, 춥다고 땡땡이치느라 학교에 잘 못 갔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개한 사진 속 성적은 체육 과목에서 ‘우’를 받은 것 외에 모두 ‘미’다. 수, 우, 미, 양, 가 순서로 나뉘던 당시 평가 기준에서 미는 보통 수준이다. 담임 선생님이 쓴 것으로 보이는 행동 평가란에는 “동무들과 잘 놀며 씩씩하다” “활발하나 고집이 세다” “대답을 잘하며 운동 활동에 적극적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네모인지 세모인지 넘겨짚지 않을게요’라는 제목의 글을 써 어린이날을 축하했다. 그는 “최근 티비를 보다가 한 5살 남자아이에 대한 오은영 박사님의 해법에 감탄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따끔한 훈육이 정답이었을지 모르지만 오 박사님은 아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조언했다”며 “잠시 엄격한 교육을 상상했던 스스로가 얼마나 머쓱하던지, 두 아들의 아빠로 살아오며 제 교육은 어땠었나 돌아보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날을 맞아 어떤 휘황찬란한 정책 약속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함부로 넘겨짚지 않겠다는 다짐부터 드리고 싶었다. 여러분의 마음이 동그라미인지 네모인지 세모인지 더 면밀하게 끈기 있게 살펴보겠다”며 “코로나로 학교에 잘 가지 못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접하는 여러분의 일상과 정서는 어쩔지 열심히 역지사지 상상도 해보고 직접 듣기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상으로 드러나는 민심의 이면과 배후를 성실하게 살피는 것이 좋은 정치의 출발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주권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속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대리인의 기본자세”라며 “하물며 아이들의 마음도 바다와 같은데 민심은 어떻겠나. 어린이날을 축하하며 어린이의 마음도 어른의 마음도 부단히 살피겠다는 다짐을 올린다”고 마무리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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