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그룹이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를 78.1%라고 평가했다. WHO는 이번 주 시노팜을 비롯한 중국산 백신 2종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WHO는 홈페이지에 올린 전문가그룹 보고서에서 시노팜 백신이 18~59세 일반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78.1%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시노팜이 자체 평가해 공개한 79%에 근접한 수치다. WHO 전문가그룹은 이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시노팜 백신 효과를 입증할만한 실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이번 전문가 평가는 WHO가 시노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 코백스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 배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O 보고서는 또 다른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코로나백)에 대해선 “18~59세의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결론냈다. 코로나백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지난해 말까지 590만명이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이신에 따르면 1453명이 부작용을 보고했고 이 가운데 8명은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산 백신 2종이 모두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 중국은 올해 20억회 분량을 코백스에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백신 공유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WHO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J&J)의 유럽 자회사인 얀센이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중국산 백신이 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 비서구권 국가 중에는 처음이다.
마리안젤라 시망 WHO 사무차장은 지난달 30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의 독립 패널이 시노팜 백신을 평가하고 있고, 시노백 백신은 이번주 평가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WHO의 긴급사용 승인 목록(EUL)에 등록된 백신은 전 세계 공급이 한층 수월해진다. 자체적으로 백신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나라들도 이를 근거로 백신을 승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서도 배분될 수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금까지 시노팜 백신은 45개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6500만회 분량이 투여됐다고 보도했다. 또 시노백 백신은 32개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2억6000만회 분량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