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아빤 선물처럼 왔던 널 영원히 그리워하겠다”

입력 2021-05-05 14:11 수정 2021-05-05 14:47
손현씨 블로그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가 가족·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영면에 들었다. 아버지 손현(50)씨는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사랑하는 아들과 이별을 고했고 “늘 함께하겠다”는 친구들의 인사도 이어졌다.

손씨의 발인식은 5일 오전 9시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러졌다. 유족들과 고인의 친구들 등 20여명이 참석했고 손씨를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시민도 있었다. 이날 발인식에 앞서 진행된 추도식에서 아버지 손씨는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며 “너는 우리 인생이 살아갈 만하다고 알려줬고 네가 없었더라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물처럼 왔던 너를 영원히 그리워하겠다. 오래지 않아 만나리라고 생각한다”며 “엄마는 걱정마. 아빠 믿지. 우리 잘 봐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빠는 다 들었다. 내가 그런 놈을 얻으려고 살았다”며 “나는 늘 네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우리 가족에게 왔던 시간이 짧은데 넌 참 많은 것을 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길을 함께한 친구들도 편지를 읽으며 손씨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노는 걸 정말 좋아해 모든 날 친구와 약속을 잡았던 정민이. 다시 만날 그날 웃는 표정이길 바란다”며 “솔직히 아직 그립고 보고 싶다. 아직 꿈만 같다. 너의 백만 불짜리 미소가 아른거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너의 몫까지 웃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장례식장은 부모의 통곡으로 가득 찼다. 손씨의 어머니는 헌화가 이어지는 동안 “가지마 정민아, 가지마”를 되뇌며 오열했다. 담담한 모습으로 아들의 죽음 속 의문점을 풀겠다고 선언했던 강인한 아버지도 손씨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아버지는 이날 새벽 블로그에 ‘마지막’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빈소를 찾아준 시민과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주 일요일부터 진행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1차전을 마감한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많은 분이 애도해주셨고 아무 연고 없이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힘을 주셨다”며 “평범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민이 학교 친구들이 거의 4일 내내 왔다. 아들에게 고마워하는 많은 친구와 후배들을 만났다”며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았을 때 제일 먼저 말을 건네줘서 고마웠다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아들이 잘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아들의 친구들이 전달했다는 선물과 익명의 시민이 보낸 위로 편지를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