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 현관문 앞까지 따라간 30대 남성이 주거침입죄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필로티 방식의 건물 1층은 별도의 차단시설이 없다면 형법상 ‘주거’로 볼 수 없어서 1층 현관 앞까지 따라갔어도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새벽 3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귀가하는 여성 B씨(28)를 쫓아 B씨가 살던 빌라까지 따라간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의 뒤를 약 80m 쫓아갔다. 그리고 B씨가 빌라 1층 입주민 전용 주차장에 들어가자 그를 따라 공동현관 출입문 앞까지 뛰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살던 곳은 필로티 방식의 다세대 빌라로, 1층에 공동현관 출입문이 설치됐고 나머지 공간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주차장 진입로 방면을 제외한 나머지 3면은 인근 건물과 접해 있어 담장이 설치돼 있었다.
검찰은 A씨가 건물 주차장을 넘었으므로 B씨의 ‘주거’를 침입했다고 보고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A씨 측은 빌라 1층 주차장이 도로에 맞닿아있어 차량·사람의 통행이 빈번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차단 인력이나 시설도 없는 점을 들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A씨가 공동현관문을 두드리거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피해자를 따라갔다고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빌라 1층 주차장에 외부 차량이 허락 없이 주차하는 일이 빈번하고, 인접 도로를 보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빌라 주차공간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필로티 구조 건축물 1층이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경우도 많은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주차장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