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졸 취업 지원 명분으로 ‘대학 안 간 청년 대상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 방안을 제안하자 야권에서 “허경영을 초월한다”며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앞서 이 지사는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 자리에서 “청년 문제와 관련한 제 고민은 왜 실력에 따라 평가받지 않고 형식적인 학력 등을 가지고 차별하느냐였다”며 “생산성이나 역량이 정말 중요한데 학력 등으로 임금 차별을 하니 사람들이 안 가도 될 대학을 다 가느라 국가 역량도 손실이고 개인으로서 인생을 낭비한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4년 동안 기술 쌓고 노력한 결과가 4년간 대학 다닌 사람의 보상과 별반 다를 것 없거나 나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우회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4년간 대학 다닌 것과 4년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 중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까. 각자 원하는 바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페이스북에 이런 이 지사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한 뒤 “이제 사탕발림 공약들도 단위가 기본이 천만원대”라고 썼다. 이어 “어느 순간에 허경영을 초월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대학 안 간 분들 중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개탄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교육까지 포퓰리즘? 이 지사님, 시대를 읽으시고 무거운 주제는 깊이 고민합시다’라는 제목으로 같은 맥락의 글을 썼다. 윤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은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식견을 내비치는 것 같다”며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교 졸업 후 취업해 4년 경력을 쌓아야 대학졸업생과 보수가 같아진다면 그게 바로 차별이다. 학력차별 철폐를 외치면서 이런 예를 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사회 전체를 놓고 본 경우라면 더 심각하다. 대졸과 고졸 임금 차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 국가전략의 핵심, 교육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보수차이가 과하면 분배와 통합을 해치지만 인적투자를 권장하고 열정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서도 안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말대로라면 대학원 석사의 보수는 대졸자와 단 2년 경력만큼만, 박사는 5년 경력만큼만 차이나야 하냐”고 반문하며 “우리 교육은 지금 시대 최대 화두인 ‘교육과 기술의 경주’에서 패배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이지 ‘대학 안 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용 1000만원’처럼 선정적인 낚시를 할 때가 아니다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기녕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지사의 발언을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표현했다. 박 부대변인은 “청년 일자리 문제, 고졸 차별 대우에 대한 대책이라는 게 고작 세금으로 세계여행비 내 주자는 것인가. 이미 대통령에 당선이라도 된 듯 세금 쓸 궁리뿐”이라며 “4년 대학 공부와 세계여행을 다녀온 결과가 어떻게 서로 비교 대상이 되는지도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대학 진학을 ‘우회로’라고 했는데, 대학 진학이 편법이라도 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유력 정치인이라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지사가 내놓는 제안이라는 건 온통 세금 쓰는 얘기, 빚 늘어나는 얘기뿐”이라며 “허경영을 존경한다더니 정책마저도 허경영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인가. 혹여 국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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