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파문’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사퇴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년 차 남양유업 대리점주 A씨는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대리점 밀어내기’ ‘황하나 사태’ 그리고 ‘불가리스 사태’를 겪으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고, 빚을 내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또 3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며 “불가리스 하나만 안 나가면 이렇게까지 피해는 안 볼 것인데 남양이란 로고가 새겨진 전 제품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버티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다음 주부터 저희 집사람이 야간 청소 일을 다니기로 했다. 제가 말리지 못했다”며 속상해 했다.
A씨는 일부 시민에게 ‘아직도 남양유업을 판다’는 비아냥 소리까지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트에 납품하고 있는데 40대 여성 분이 지나가면서 ‘아직도 남양유업 제품을 파는 사람이 있네’라고 했다”며 “그래서 그분에게 ‘왜 일만 터지면 저희냐, 상한 걸 납품한 것도 아닌데 저희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한번 훑어보고 그냥 가시더라”고도 토로했다.
A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파문에 대해서는 “두 번씩이 나온 일로 처음에는 조금 여파가 컸다. 하지만 두 번째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A씨는 “영업 일선에서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만들어놓으면 또 일이 터진다”며 이 점이 정말 속상하다고 했다.
A씨는 ‘불가리스 사태’ 이후 세종에 사는 80대 노모에게 안부 전화가 계속 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효도는 못 할망정 50이 넘는 자식이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끝으로 회사 측에 “남양이란 브랜드가 다시 소비자들한테 어필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신뢰를 되찾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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