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댔다’는 기성용 말 사실이면, 부친 혐의 늘어날 것”

입력 2021-05-05 09:56 수정 2021-05-05 12:56
기성용 선수와 그의 아버지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 뉴시스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된 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이 “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필요한 돈을 아버지에게 보냈을 뿐”이라는 취지로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성용은 혐의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부친인 기영옥(62) 전 광주FC 단장에게는 사문서위조 등의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5일 광주경찰청 부동산투기 특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기씨 부자 소환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부자는 2015~2016년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 논·밭 등 농지가 포함된 토지 10여개 필지를 수십억원을 들여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영농(경작) 의사가 없는데도 “갓을 재배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 작성한 의혹으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또 매입한 땅을 차고지 등으로 불법 전용해 무단으로 형질 변경한 혐의도 있다.

논란이 된 건 기씨 부자의 매입 토지가 민간공원 특례사업 부지인 마륵공원 조성사업에 포함됐거나 인접해 있어서다. 기성용은 자신 명의 농지 중 사업에 포함된 땅(전체 매입 부지의 36%가량)을 원래 지번에서 분할한 뒤 사업자에게 공공용지로 협의 매도하고 토지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용은 지난 2일 경찰 소환조사에서 “아버지가 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토지 매입과정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기성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본인은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기 전 단장은 기존 혐의에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성용이 아버지의 불법 토지 취득 사실을 몰랐다면 혐의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버지가 대리인으로 농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농업계획서를 제출해가며 아들의 서명 등을 위조해 행사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 전 단장에 대한 추가 혐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기성용의 ‘불송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섣부른 예측”이라고 했다. 우선 기성용의 진술이 사실인지 집중적으로 조사한 뒤 규명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기씨 부자 혐의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성용과 기 전 단장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