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2)이 4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북한 공작원에게 자신이 이용된 과정을 털어놨다. 당시 김정남은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얼굴에 바른 맹독성 독극물에 의해 사망했다.
흐엉은 이날 SBS와 인터뷰에서 당시 “유튜브 촬영을 한다는 미스터 와이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면서 “오렌지 주스나 베이비 오일 같은 액체를 손에 바르고 사람 얼굴을 만지는 방식의 몰래카메라 촬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흐엉에 따르면 미스터 와이라는 사람은 한국 유튜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흐엉은 “(김정남 암살 사건) 두 달 전부터 7~8차례 몰래카메라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예행연습을 하며 치밀하게 사전 준비가 이뤄졌던 셈이다.
흐엉은 암살 당일을 회상하며 “그날도 재밌는 동영상을 촬영한다는 미스터 와이 말을 듣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갔다. 나하고 다른 여성 배우가 뒤에서 남성 배우를 놀라게 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날의 남성 배우는 김정남이었고, 예행연습 때와 달리 그날 손에 묻힌 것은 맹독성 신경작용제였다. 이를 손에 묻힌 채 김정남의 얼굴을 만졌고, 김정남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배우를 꿈꿨던 흐엉은 살해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모범수로 감형받아 2019년 5월 석방됐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흐엉은 그러면서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수감 시설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거의 매일 기도했다”면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흐엉은 지난 2019년 석방 직후 일본 민영방송과 인터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암살 전에 공작원에게 “촬영을 마친 뒤 (독극물이 묻은) 손을 씻으러 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공작원이)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며 “다만 배우(김정남)와 가까운 화장실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