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4일 처음 마주했다. 여야 원내사령탑은 웃으면서도 서로 뼈 있는 말을 건네며 탐색전을 펼쳤다. 김 원내대표가 ‘장물’로 표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는 원론적인 입장만 교환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김 원내대표를 축하하며 “여야가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은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그걸 어떻게 잘 조화시켜 가면서 서로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건 그야말로 정치의 영역이고 창조적인 예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님과 그 예술적인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 욕망을 느낀다. 잘 만들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도 “여야 사이에 많은 치열한 갈등도 있고 때로는 대립도 하고 하지만 결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주치는 전차가 아니라 저는 같은 방향을 향해가는 전차의 양쪽 바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국민 행복과 부강한 나라이고, 그 국민 행복과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왼쪽 바퀴, 오른쪽 바퀴 잘 굴러가면서 방향을 잘 조정하는 게 여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뼈 있는 말도 서로 건넸다. 윤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초선 때 상임위원회 활동도 같이했고 여러 차례 1년 넘게 김 원내대표님을 가까이에서 뵌 적이 있다”며 “항상 그 눈가에 부드러운 웃음과 미소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인상이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 인상을 계속 제가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농담이 섞였지만, 향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서로 협조관계를 잘 만드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 원리라고 하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며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여당의 일방독주와 입법 드라이브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가 ‘장물’이라 표현한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측은 이날 입장차만 확인했다. 회동 후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직과 관련해 “원론적인 대화만 했다”며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장물’을 돌려주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비판하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원구성 재협상을 하자고 하는데 과연 어떤 협상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법사위원장직을 포함한 원구성 재협상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께서 취임 후 우리 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불법, 장물 등 유감스러운 표현을 쓰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서 174석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이 불법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예방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 대표에게 “우리가 함께 단일대오를 만들어서 진력해야 한다”며 “지난번 약속처럼 계속해서 다시 대한민국을 일으키자는 큰 목표로 손을 잡았기 때문에 한배를 타고서 더 큰 목표, 국민 위한 목표 위해 나갈 수 있는 관계로 성숙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비대위 체제 1년이 지났고 전당대회가 시급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전당대회 출마하신 분들도 의견이 달라서 그게 정리되고 난 다음에 통합이 가시화되지 않겠냐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은 지금이라도 통합 응할 수 있는데 국민의힘 쪽에 전당대회 앞둔 상황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결국 양당의 합당은 6월 이후에야 선출될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키를 쥘 전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