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매운맛 본 증시, 전문가들 말하는 ‘단기 변동성’ 어디까지

입력 2021-05-05 09:00

약 14개월 만의 공매도 재개 이후 이틀간 국내 증시는 강한 매도 압력에 시달리며 ‘매운맛’을 봤다. 공매도가 시장을 흔들어 투자자들을 겁주는 변동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이달 코스피가 크게 출렁거리더라도 3000선을 깨고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오랜만에 공매도를 맞이한 코스피 시장은 장중 무거운 흐름을 보이며 고전했다. 첫날은 장 초반 “공매도 영향은 없다”는 듯 전 거래일 대비 0.9% 가까이 상승하며 강한 탄력을 보였지만 3170선을 넘기자마자 긴 내리막을 굴러떨어지듯 하락했다.

이날 0.7%(20.66포인트) 하락으로 마감한 코스피는 다음날 오전에도 반등을 시도했지만 역시 금세 고점을 만들고 꺾였다. 다만 오후 들어서는 외국인 순매도 감소, 기간의 순매수 증가와 함께 상승 반전에 성공하며 전일 대비 0.6%(20.17포인트) 오른 3147.37에 마감했다. 전날 빠진 만큼을 대부분 회복하며 공매도 재개 이틀째를 마무리한 것이다.

코스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4일 반등폭(5.39포인트)은 3일 하락폭(21.64포인트)에 크게 못 미쳤다. 3일 종가 기준 낙폭은 2.2%로 코스피 하락폭의 3배를 넘겼다. 공매도 주요 표적인 바이오 업종과 중소형 성장주의 비중이 큰 탓에 하락 압력을 더 강하게 받았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증시의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시장을 안심시켜왔지만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 역시 공통 견해다. 문제는 그 기간과 변동성의 범위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과거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재개한 2009년, 2011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당시 코스피 낙폭은 각각 최대 5%, 6%였다. 이들 사례에서 코스피는 공매도를 재개하기 각각 8영업일, 9영업일 전 고점을 찍고 하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폭과 고점 형성 시기로 볼 때 공매도 재개 전후로 코스피 흐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는 3030~3060까지 밀릴 수 있다. 4일 종가에서 87~117포인트 더 빠질 수 있다는 얘기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하 연구원 판단이다.

그는 “2009년에는 공매도 재개 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성장률 하향 조정, 영국 신용등급 하향, 북한 핵실험 등 대내외 이슈가 함께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북한 핵실험 때는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고 증시 조정 폭도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1일~이듬해 5월 31일(8개월), 유럽재정 위기가 고조된 2011년 8월 10일~11월 9일(3개월)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2011년은 그리스·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들던 시기였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그해 11월 10일 코스피는 4% 급락하며 공매도에 대한 공포감을 키웠다. 하 연구원은 “당시 급락의 원인으로 공매도 재개를 지목하지만 사실 이때는 이탈리아 10년물 금리가 7%를 돌파하면서 우려가 고조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과거 수준의 악재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의 코스피 고점 대비 낙폭은 –2.9%로 이미 바닥에 근접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하 연구원은 3100 초반부터는 ‘주식을 살 타이밍’으로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코로나19, 이익 피크(고점) 등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엔 주식을 팔아라)’라는 증시 격언을 실행하게 만드는 잠재 불안요인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 이익과 경제가 좋아지는 국면에서는 5월 주가 등락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사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이 제시하는 5월 코스피 구간은 3050~3300이다. 그는 “국내 증시는 수시로 차익 실현 압력에 노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실적 장세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장 기조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이익 개선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는 업종군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