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불과 1년 만에 영화산업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극장 관객은 ¼로 줄어들었고, 개봉되는 영화의 수는 압도적으로 줄었다. 영화와 드라마는 이제 글로벌 OTT에서 소비되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영화산업의 각계 대표들이 모여 코로나 19를 촉매로 OTT에 의존도가 커지고 영화산업의 경계가 무너져가는 현실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영화 생태계 무너지자 영화인들 드라마로 발 뻗어
코로나19로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영화 제작자들은 이제 영화에서 드라마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영화 제작자인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열린 한국 영화산업 대표 대담에서 “영화를 늦게 시작하면서 작년까지 제 정체성을 영화제작자지 드라마나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사람을 아니라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제가 기획했던 영화들을 몇 개의 시리즈물로 바꿔서 제작하고 있다. 이게 한국 영화 제작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오기환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는 “쇼박스가 이태원 클라스 제작에 참여했고, 롯데시네마가 사극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며 “업계 전반이 통합의 과정이다. 나쁘게 말하면 경계가 없어져서 영화의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는 안타깝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극장에 크게 의존해온 한국 영화 산업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는 “2019년에 관객 2억 2600만명으로 영화 산업의 정점이었는데 이제 코로나19로 74%의 관객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 매출이 줄었다는 건 영화업계 전반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작 투자가 얼어붙은 영화계의 현실로 연결된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는 “영화 제작 투자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멈춰있다”며 “영화를 시리즈물로 바꾼다거나 OTT 오리지널 영화 만들 기회를 찾기 위해서 OTT업체에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다니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 사이 OTT는 영화계 전반에도 깊숙이 들어오게 됐다.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 실장은 “영화 ‘옥자’의 경우는 넷플릭스의 기획으로 만들어졌지만, 올해 개봉한 영화 ‘승리호’는 갈 데 없는 승리호를 넷플릭스가 받아주는 것처럼 거래가 됐다”며 “저희 웨이브도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13개의 영화제에 참가해 영화를 상영했다.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영화제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명맥을 잇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OTT 선도 아니고 악도 아냐” 2차 방정식 ‘납작한 논의’ 넘어 3차 방정식으로
코로나 19와 글로벌 OTT로 영화 산업 환경이 ‘역병이 창궐하고 외세가 침략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이에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라며 “산업 환경이 바뀌었는데 3차 방정식을 2차 방정식 풀 듯한 것 아닌가. 국내 담론이 극장 대 OTT, 글로벌 OTT 대 토종 OTT로 보니까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GV와 같은 극장은 배급사에 영화 안 내놓느냐고 앓는 소리 내면서 4000억원까지 적자가 났다. 이는 한국 영화 산업 1년 순제작비에 맞먹는다”며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극장에 틀 고민을 해야 했지 않는가. 텅텅 빈 극장을 보고 어떻게 영화를 제작사에서 내놓나”라고 지적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이에 “국내에도 걸 영화가 없어서 극장 3사는 고민이 커졌다”며 “2월부터는 개봉 지원금 형태로 지원을 하고 있다. 영화가 나오면 관객 1인당 1000원을 추가 지원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극장에서 돈을 쌓아두지 않고 이익이 나는 걸 해외 쪽으로 재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는 누구도 예상한 게 아니고 코로나가 자연스럽게 없어지면 시장의 문제도 없어진다고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희주 웨이브 실장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누가 걱정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 주권 상실 위기’ 와 ‘미디어 제국주의’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 보니 글로벌과 국내 OTT 사업자뿐 아니라 기존 사업가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귀멸의 칼날’에서 나온 욱일기 논란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표현하는 문제 등 정부가 해외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을지는 심각한 문제”라며 “콘텐츠는 문화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이런 부분에 컨트롤 타워를 하는 모양새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내 OTT에서 가장 시급한 건 글로벌 OTT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해외에도 서비스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