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변호사가 법관 지원할까” 고민에 빠진 법원

입력 2021-05-04 18:15


법원 안팎에서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7년, 5년 뒤부터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쌓아야 판사가 될 수 있는데 법원 내부에서는 이 기준이 너무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10년 기반을 쌓은 변호사가 법관에 지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고민에 잠겼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보조 인력을 늘리거나 판사 정년을 조정하는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판사가 되기 위한 법조경력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난달 23일까지 접수가 끝난 올해 법관임용절차의 경우 지원자가 채워야 할 최소 법조경력은 5년이었다. 하지만 법원조직법상 내년부터는 경력 7년을, 2026년부터는 경력 10년을 채워야 임용자격이 주어진다. 행정처 관계자는 “경력 10년 이상이라는 제한을 두게 되면 좋은 법관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냐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분위기”라며 “다만 법관 임용자격 조정은 법원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연차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판사 임용에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임금과 정년을 고려하면 이미 자리를 잡은 법조인이 판사로 지원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올 초 발간한 법관 임용관련 보고서도 장기 법조경력자들의 법관 지원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10년차면 로펌에서도 이미 중견”이라며 “그런 변호사들은 아무래도 법관으로 오기를 주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급여를 고려하면 변호사들 중에서 법조계에 기반을 잘 잡아둔 사람은 지원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판사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법조경력자들 중 판사를 뽑는 ‘법조일원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 이후 법원은 법관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사로 임용된 인원은 2012년 175명에서 2013년 103명, 2014년 83명으로 줄었다. 판사 수가 부족하면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관 증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고등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장기 법조경력자 중 판사를 뽑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법관 증원이 조금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정년의 조정과 연구관 확대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강 전 원장은 “장기 경력자들이 판사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에서는 정년이 짧다는 것도 있다”며 “중견 변호사 중에서도 판사로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게 해주면 지원할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판사 정년을 75세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법조 경력이 법관임용의 핵심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법관에 지원하는 1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중 인재가 없다는 건 편견”이라며 “판사 임용에서 법조경력이 얼마인지를 따지는 건 핵심적인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력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법관이 된 이후 판사로서의 적응을 돕기 위한 보완책을 고민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취지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 보조인력 증원 등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