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기회 잡으라” 북한에 다시 공 넘긴 미국

입력 2021-05-04 18:03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외교적 교류의 기회를 잡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 접근’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발표 후 북한이 비난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는 “(대화에) 참여할지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대화 의지를 재차 내보이며 북한에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방법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잡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외교에 초점을 맞춘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일, 수개월 간 북한이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하는 것을 지켜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 등을 문제 삼아 “대단히 큰 실수”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 등의 비판 담화를 냈었다.

로이터통신은 “블링컨이 외교 재개의 공을 북한에 넘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미국이 북한에 외교 참여를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으로부터 그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자 평화적인 정치·외교적 선택을 추구하는 국무부를 지지한다”며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지원 활동이 무엇이든 국방부는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레디 투 파잇 투나잇(ready to fight tonight·오늘 밤 싸울 준비)’ 구호처럼 매우 중요한 동맹 과제를 가지고 있다”며 “국방부 관점에서 변치 않는 한 가지는 한국과의 조약·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이 일종의 탐색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38노스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방송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적대가 아닌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한 발언은 워싱턴이 신중 모드에 있음을 북한에 제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최고위급 인사가 아닌)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로 담화를 냈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도 없었다”며 “북한 역시 신중하게 조정된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