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4일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하자 경찰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 공수처·검찰·경찰 세 기관 사이에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민감한 쟁점들이 공수처 내부 규칙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건사무규칙이 이날 공포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보 게재 후 해당 조문에 대한 상세한 검토와 평가에 돌입했다. 공수처의 일방적 공포에 대한 대응 방안과 수위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사건사무규칙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별도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어서 입장을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 진행된 3자 협의체에선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두고 막판까지 각 기관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특히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항목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한 경찰 간부는 “결국 공수처의 입맛에 맞는 사건만 이슈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며 “기관 간에 협의가 안 된 내용을 내부 규칙에 포함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소권이 없는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보다 공수처에서 민감한 사건을 종결하는 게 낫다는 시각도 있다. 일선서의 한 경정급 간부는 “기소권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민감하게 다툴 일일 뿐 경찰은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본래 목적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기소권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신생 기관인 공수처를 상대하는 게 경찰 입장에서 수월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 속에 결국 경찰 사무만 늘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선서의 한 간부는 “결국 공수처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겠냐”며 “경찰 입장에서는 일이 더 복잡해지고 결정이 까다로워지는 등 혼선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