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부부 이혼… 146조원 재산 어떻게 나누나

입력 2021-05-04 16:30 수정 2021-05-04 16:41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65)가 아내 멀린다 게이츠(56)와 결혼 27년 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공동 설립한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은 이혼 이후에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이혼에 따라 세계 4위 억만장자로 꼽히는 빌의 막대한 재산이 어떻게 분할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게이츠 부부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시한 공동 선언문에서 “우리 관계를 두고 오랜 시간 생각과 노력을 해온 끝에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앞으로도 (빌 앤드 멀린다) 재단에서 함께 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는 더 이상 믿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부부는 큰딸 제니퍼(25)와 아들 로리(21), 막내딸 피비(18)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제니퍼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며 “우리가 각자 인생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동안 우리 사생활을 보호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멜린다가 MS에 입사하던 해인 1987년 처음 만나 7년 만인 1994년 결혼했다. 1975년에 MS를 공동 창업한 빌은 결혼 당시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었다. 멜린다는 빌이 결혼을 할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으며 침실 화이트보드에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빼곡하게 적어 놓기도 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전격 이혼을 선언한 이후 멀린다가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과거 언론 인터뷰가 재조명을 받았다. 멀린다는 결혼 25주년인 2019년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이 “놀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남편이 하루 16시간씩 일하느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빌의 재산은 포브스의 실시간 세계 억만장자 순위 기준 1305억 달러(약 146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이어 세계 4위 억만장자로 꼽힌다. 게이츠 부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산 상당 부분을 기부하지 않았다면 세계 최고 부호로 꼽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이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빌은 그의 재산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투자업체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세계 알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면서 미국 최대 농장 소유주에 오르기도 했다. 시애틀 교외에 위치한 6000㎡ 규모의 대저택을 처분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빌과 멜린다는 1994년 결혼하기 전 재산 분할과 관련한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부호 부부가 갈라서게 된 건 2019년 베이조스의 이혼 이후 2년 만이다. 베이조스는 이혼 당시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에게 383억 달러(약 44조8000억원) 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넘겨준 바 있다. 스콧은 베이조스가 넘겨준 아마존 주식 덕에 이혼 직후 세계 여성 부호 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