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막힌 장교들에게…육군총장 “애인들 다른사람 만날 것”

입력 2021-05-04 16:08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외출이 통제된 신임 장교들에게 “애인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라는 실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육군훈련소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논란과 부실급식 사태로 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더해지며 남 총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남 총장은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군 육군 상무대를 찾아 포병 장교 교육생들에게 “여자친구, 남자친구 있는 소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런데 여러분들이 여기서 못 나가고 있을 때 여러분들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교육생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두 달 가까이 외출·외박을 나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의 발언은 교육생의 야외 훈련을 참관한 뒤 훈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교육생들은 이제 막 임관한 이들로, 초급간부 지휘 참모과정 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현장에는 약 200여명이 모여 있었으며, 일부 교육생은 남 총장의 발언 이후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남 총장의 현장 방문은 교육에 임하고 있는 신임 장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육군 설명이다. 남 총장은 실제로 장교들에게 “3월부터 외출·외박을 못 나간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자대에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휴가를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 총장의 발언이 ‘농담’ 성격이었다고 해도 성인지 감수성이 뒤떨어지는 표현일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불편함을 견디고 있는 장병들의 고충을 무시하는 언행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 총장은 수일간 세면을 금지하고 화장실 사용을 통제해온 육군훈련소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 조사에 나서자 뒤늦게 방역체계 개선을 지시했다.

남 총장은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입장문을 내고 “신임 장교들의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며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표현이었다”며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신임 장교와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남 총장은 지난해 12월 최선임 부사관인 주임원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부 주임원사들은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남 총장을 인권위에 제소했지만, 인권위는 진정을 기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