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전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급식비·간식비 관련 종합 대책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4일 서울시청에서 국무회의 발언을 브리핑하며 “서울시는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와 논의해 정확한 급식단가 산출, 지원 재정부담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보궐선거 당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지만,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그간 유치원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아 (부족한) 급식비 일부를 학부모가 부담해 급식 질을 높였다”며 “서울시가 유치원 무상급식을 추진한다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서울시가 유치원 무상급식으로 생기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촉구했다. 우선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이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오 시장은 “만3~5세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갈 수도 유치원에 갈 수도 있다”며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받는 혜택에 차등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의 식사비는 영아 1900원, 유아 2500원으로 책정됐는데, 서울시와 자치구가 추가 지원을 해 영아 2500원, 유아 3000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유치원(서울시 평균 3100원)보다 낮다”며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하면 격차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편차도 지적했다. 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유치원 무상급식을 하지 못한다”며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급간식비 예산부담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영유아의 연령별 영양과 식단을 고려한 적정한 급간식이 차별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빠른 결단에 감사하다”며 “집행부와 빠른 시일 내에 유치원 무상급식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19일 제30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유아기 아이들 또한 따뜻한 식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유치원 무상급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오 시장에게 제안한 바 있다.
오 시장은 ‘기존의 복지철학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하는 걸 하나하나 따지는 건 이제 의미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똑같이 나눠주느냐,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느냐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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