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북파공작원(HID) 부대를 창설하면서 수십 년간 문중 땅을 강제로 징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4일 선산김씨 창평공파 종중회에 따르면 지난 1955년 3월 15일 군 관계자들이 찾아와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 일원의 땅을 사용해야겠다며 종중회에 통보하고 군사시설을 설치했다. 당시 국방부는 문중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징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군 당국은 2년 후인 1957년 3월과 1963년 5월 육군참모총장의 명의로 ‘위의 물자 또는 시설은 군이 징발했다’는 징발 증명서를 종중회에 전달했다.
당시 국방부가 무단으로 점유한 땅은 4만5600여m²다. 더욱이 종중회는 군사 시설이 들어선 이후 조상 성묘와 벌초도 철저히 통제당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징발한 땅과 인접한 10만여㎡도 부대가 들어서면서 진입로가 막혀 수십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종중회의 설명이다.
이후 국방부는 징발 23년이 지난 1978년 9월 7일과 1979년 8월 3일 징발보상금 52만2515원을 춘천지방법원에 공탁금으로 예치했다. 1955년 3월 15일부터 23년간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데 이어 토지를 강제수용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종중회는 턱없이 낮은 가격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토지소유권은 결국 국방부로 넘어갔다.
종중회는 지난 2009년 부대 이전으로 군사적 목적이 종료된 만큼,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2의 1항에 따라 해당 토지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 법에는 “국가상 필요 없게 된 때에는 국가가 수의계약에 의해 매각 당시 시가로 피징발자 또는 상속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해당 토지를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부대가 훈련장으로 활용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활용해야 할 재산으로 확인돼 매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희백(68) 종중회장은 “국방부는 23년간 문중 땅을 무단 점유한 것도 모자라 결국엔 땅까지 빼앗아 갔다“며 “500년이 넘게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문중의 땅을 국방부는 하루속히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017년 ‘군 무단 점유지 정상화’를 국방개혁 2.0의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2019년 3월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무단 점유 사실과 배상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