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 수도 뉴델리의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뉴델리에선 지난 주말에만 400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뉴델리 당국은 병원 운영을 포기하고 군대에 이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BBC방송은 3일(현지시간) 마니시 시소디아 델리 연방수도구역(뉴델리) 부총리가 현재 뉴델리의 보건관리 실태를 두고 “(관리가 힘들 정도로) 압도당하고 있다. 군에서 코로나19 시설을 관리해준다면 델리 주민들에게 시의적절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소디아 부총리는 1만명의 환자가 수용된 치료시설과 1000곳의 중환자실의 운영 지원을 요청했다.
또 시소디아 부총리는 더 많은 의료용 산소를 긴급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병원에서조차 의료용 산소가 바닥나 입원 환자들이 무더기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BBC는 지난 1일 델리의 한 유명 병원에서 최소 12명의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군 비축분 산소를 민간병원에 지원하고, 퇴역 군의관들까지 불러서 보건 시스템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산소 부족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까지 지속되고 있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뉴델리 총리는 “산소 할당량을 연방정부로부터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연방정부 관리들은 산소는 부족하지 않다며 교통 등 공급망 부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여기에 백신마저 수개월간 부족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이지만 정작 자국 공급물량은 부족한 상태다. 지난 1월 이후 인도의 14억 인구 중 1회 접종을 끝낸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며 2회 접종까지 끝낸 사람은 전체 인구의 2% 수준이다.
아다르 푸나왈라 세룸 인스티튜트(SII) 대표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10억개 이상의 백신 선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주문도 없었다”며 정부가 대확산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의 SII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