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가 2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면 1만6000원을 주는 ‘오늘 일기’ 챌린지 이벤트를 개최했다가 3일 만에 종료했다. 네이버 측은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많아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린 블로거(블로그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1만6000원을 주는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를 진행했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이벤트는 블로거가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릴 때 ‘#블챌’ ‘#오늘일기’라는 해시태그를 포함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참여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즉 이러한 글쓰기를 매일 지속해 3일을 채우면 1000원, 10일을 지속하면 5000원, 14일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일기를 쓰면 1만원을 지급해 총 1만6000원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글 분량이나 사진 개수 등에 대한 블로거들의 문의가 있었지만 네이버 측은 ‘해시태그를 포함해 하루 한 개씩만 글을 작성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고, 글 양식 등을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이벤트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벤트는 단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네이버 블로그팀은 3일 늦은 밤 공지를 통해 “부득이하게 #오늘일기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블로그팀은 “매일매일 자신의 진짜 일상 일기를 기록하시는 분을 독려하는 취지로 챌린지를 오픈했으나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을 붙여쓰기하는 등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아 부득이하게 오늘일기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며 참여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벤트는 조기 종료되지만 3일 차까지 참여하신 분들께는 3일 차에 해당되는 이벤트 혜택(1000원)을 지급해 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벤트 종료 소식에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네이버가 이벤트를 안내하면서 주제와 무관한 글을 올리거나 예약글로 올리는 등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참여할 시 모두 취소 처리될 수 있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공지를 올린 것도 지적 사안이 됐다. 누리꾼들은 “이런 ‘어뷰징’을 예상하지 못했나, 공지에 미리 기재하고도 결과를 감당하지 못한 꼴”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만 늘려준 셈이 됐다” “한밤중에 공지를 하면 사람들이 참 많이도 확인하겠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네이버 내부 직원들도 이벤트 조기 종료에 불만을 드러냈다. 네이버 소속인 익명의 블라인드 이용자들은 “나도 일기 쓰고 있었다” “직원들도 네이버 이름으로 일 이렇게 하냐고 불만 폭주 중”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식 블로그 내 누리꾼들의 비판 댓글이 1만개가 넘어가는 등 지적이 이어지자 블로그팀은 4일 오전 사과문을 게재했다. 블로그팀은 “어제 급작스러운 이벤트 종료 공지로 당황하셨을 블로거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벤트 참여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면서 이벤트의 기획의도와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내용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며 “14일간의 포스팅 중 유효한 응모글과 유효하지 않은 응모글을 판별하는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블로그팀은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안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여러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고, 블로거분들에게 혼란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히며 향후 이벤트와 공지에서 점검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이벤트 참여자가 많아 예산 문제로 빠르게 종료했다고 짚었다. ‘#블챌’ 태그가 달린 글 개수를 확인한 결과 이벤트 첫날인 1일에는 약 62만명, 셋째날인 3일에는 약 56만명이 참여했다. 이 56만명이 14일까지 꾸준히 일기를 썼다고 가정했을 때 네이버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89억6000만원에 달한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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