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잠이 들었다가 사라진 지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헌(50)씨가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가 사과는커녕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씨는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몇몇 매체의 기자와 만나 “만약 친구가 자기 부모와 통화했던 새벽 3시30분쯤 내게 연락을 하기만 했어도 정민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전) 5시가 넘어서도 나와 아내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친구가)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면 직접 부모에게 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바로 전화를 하지 않은 건지. 당시 술에 취해 정신없었다고 말하는데 적어도 부모님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친구가 사건 당일 신고 있던 신발을 버린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었다. 그는 “(현장) 그 주변에 그렇게 더러워질 데가 없다. 진흙이 없다”며 “잔디밭, 모래, 풀, 물인데 뭐가 더러워진다는 것일까. 바지는 빨았을 테고 신발을 보여 달라고 친구의 아빠에게 얘기했을 때 0.5초 만에 나온 답이 ‘버렸다’였다”고 했다.
손씨는 또 함께 있던 친구가 아직 정민씨의 빈소를 찾아오지 않았으며 연락 두절 상태라고 했다. 이 친구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숨진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현장에서 잠든 뒤 실종됐다. 그는 실종된 지 엿새 만인 30일 오후 3시50분쯤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는 이튿날 새벽 3시30분쯤 자신의 부모와 한 통화에서 정민씨가 취해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친구는 부모와 통화 후 다시 잠들었고 1시간 뒤 일어나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일어났을 당시 정민씨가 자리에 없었고 친구는 정민씨가 먼저 집에 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민씨의 부모는 새벽까지 귀가하지 않은 아들을 찾아 나섰다. 정민씨의 휴대전화는 친구가 갖고 있었다. 친구는 자신이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실수로 바꿔서 갖고 나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없어진 친구의 휴대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손씨는 “아들의 몸에 난 상처보다 어떻게 물에 들어가게 됐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친구의 증언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민씨의 시신을 1차 감식한 결과 왼쪽 귀 뒷부분에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있었다는 소견을 내놨다. 그러나 국과수는 해당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고 했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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