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서울 시민들의 생활도 완전히 뒤바꿨다. 코로나19로 2명 중 1명은 우울감을 토로했고, 10명 중 4명 이상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겪었다. 배달횟수, 온라인쇼핑 등 가정 내 활동이 급증했다.
서울시는 4일 서울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과 주거, 경제 등 전반적인 서울의 변화와 사회상을 파악한 ‘2020 서울서베히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 시민의 생활상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2만 가구(15세 이상 4만85명), 서울시민 5000명, 외국인 25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9월 14일부터 10월13일까지 한 달간 조사한 결과다.
2020년 서울 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시민들의 정신적 피로감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경험율은 50.7%로, 2명 중 1명이 우울감 겪었다. 원인은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52.4%로 가장 높았고, 외출 자제로 인한 갑갑함이 43.4%, 코로나19 관련 언론보도 29.5%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53.7%)이 남성(47.6%)보다 높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연령층(55.7%)에서 우울감 경험이 높았다.
서울시민들의 지난 한 해 일상생활 스트레스 체감율도 전년 대비 4.9% 포인트 상승한 44.3%였다.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특히 재정상태가 45.6%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년(37.8%)보다 7.5%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는 감염병이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2019년에는 실업, 경제위기, 폭력범죄, 자연재해, 감염병 순이었지만, 2020년에는 감염병, 실업, 경제위기, 폭력범죄, 자연재해 순이었다. 감염병에 대한 위험도는 10점 만점에 7.92점으로, 2015년 메르스 당시 6.27점보다 1.65점 높았다.
코로나는 ‘집’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인 쉼터라는 전통적 공간에서 벗어나 일·문화·여가활동·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부각된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상생활은 ‘배달음식 이용횟수’로 코로나 이전 대비 74.1% 증가했다. 메신저 사용량(67.9%), 온라인 쇼핑(67.4%)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가정 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56.4% 증가했는데, 가족 간 갈등(34.1%)과 이웃 간 갈등(24.9%)이 증가하는 부정적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가사노동은 여전히 아내가 도맡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비율은 25.9%, ‘아내가 주로 책임지로 남편이 약간 돕은 정도’는 56.4%였다. ‘아내와 남편이 공평하게 나눠하고 있다’는 15.7%에 불과했다.
한편 서울의 가구형태는 1인 가구 비율이 33.4%로 가장 높았고, 2인(25.8%), 3인(20.6%), 4인(15.8%), 5인 이상(4.5%) 순이었다. 1인 가구 지속기간은 평균 9.7년이었다. 또 서울 거주 가구의 20%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했고, 보유 가구의 74.7%는 개를 키우고 있었다. 고양이(16.1%), 개+고양이(4.6%), 기타 (4.6%)순이었다.
10년 후에도 서울에 거주하고 싶다는 시민은 늘었다. 10년 후 서울 거주 의향은 63.8%로 전년 60.5%보다 3.3% 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0명중 7명(67.2%)이 10년 후에도 서울에서 살기를 가장 많이 희망했고, 60세 이상은 10명중 4명 정도(41.6%)가 서울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의 분야별·영역별 현황과 원인을 상세히 분석해 오는 12월 ‘2020 서울서베이’ 보고서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원목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2020년은 시민들의 생활과 생각들이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라는 것이 서울서베이 조사결과에 나타났다”며 “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시정 반영을 위한 개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